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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공기관 경영평가도 부실

조선·해운 ‘이상’ 2008년부터 최고평가 S·A 등급 계속 받아
작년 産銀·輸銀회장 성과급만 1억8114만원·1억2680만원
논란 커지자 ‘뒷북 책임묻기’… 올해도 기관장에 성과급 30%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정부 경영 평가에서 처음으로 하위등급인 ‘C등급’을 받은 것은 조선·해운업 부문 부실기업의 관리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물은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하위 등급(D·E등급)은 피하면서 12조 원 규모의 ‘혈세’를 통한 자본확충을 앞두고도 올해 고액의 성과급을 받게 된 데 대해서는 ‘부실 평가’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0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금융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은 올해 성과급 지급 기준이 되는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C등급을 받으면 기관장은 연봉의 30%를 성과급으로 받게 된다. 지난해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연봉이 1억8114만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5400만 원 상당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관장에 대해 경고나 해임건의를 할 수 있는 최하위 등급을 면하면서 거취 논란을 비켜가게 됐다. 지난해 4조20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이 결정된 산은의 자회사 대우조선해양은 5조 원대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앞서 2013년 산은과 자율협약을 맺은 STX조선해양은 그동안 4조5000억 원의 자금을 받고도 구조조정에 실패해 지난달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미지 크게보기 유일호(오른쪽 두 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굳은 얼굴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국책 은행에 대해 후한 경영 평가를 내린 데 대한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조선·해운업에 ‘부실 경고등’이 켜진 2008∼2014년의 7개년 경영평가에서 산은은 S등급과 A등급을 번갈아가며 받았다. 수은도 2014년 평가에서 한 차례 B등급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A등급 이상이었다. 특히 2013∼2014년은 부실 조선사에 대한 국책은행의 대출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때다. 감사원 감사 결과 산은은 이 기간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 원의 분식회계가 이뤄진 사실도 감지하지 못했다. 산은은 앞서 2006년 출자회사의 분식회계 등을 적발하기 위해 ‘재무 이상치 분석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수은도 마찬가지다. 감사원은 2010년 성동조선해양과 자율협약을 맺은 수은이 해당 기업의 ‘제 살 깎아 먹기’식 저가 수주를 방치해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초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국책은행의 실책은 경영평가에 전혀 반영되지 못한 셈이다. 2014년 평가 등급을 기준으로 지난해 두 국책은행의 기관장이 받은 성과급은 각각 1억8114만 원, 1억2680만 원이었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의 허술한 경영 평가가 국책은행을 통한 구조조정 속도를 늦추게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산은과 수은을 로비에 노출되기 쉬운 금융위의 평가를 받는 ‘기타 공공기관’이 아닌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해 기획재정부로부터 경영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여론을 인식한 듯 수은은 앞서 자체 쇄신안을 발표하며 준정부기관에 준하는 평가 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구조조정 기능 이외에도 국책은행을 평가하는 기준들이 많은데, 부실기업이 생겼다고 해서 문제 삼는 것은 다른 기능은 전혀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올해부터는 구조조정 역량 및 자체 쇄신안 이행 여부 등을 집중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기업은행·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은 2014년도와 같은 등급인 A·B·B등급을 각각 받았다고 밝혔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