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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최근 두 달여 새 두 유명인이 내던진 발언이 농심(農心)을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한때 ‘한국의 마돈나’로 불렸던 가수 김완선은 한 공중파 방송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해 20년째 40㎏대 몸매를 유지하는 비법을 공개하면서 ‘충격적’ 고백을 했다. “일단 많이 먹지 않는다. 데뷔 전부터 뭐 먹으면 살찐다고 해서 13년간 쌀을 안 먹었다.” 그의 말이 전파를 탄 직후 “쌀 소비 급감으로 빈사 직전에 놓인 쌀 농가를 두 번 죽이는 꼴”이라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통계청이 내놓은 한국인의 쌀 소비 현황을 보면 농민이 왜 이토록 분통을 터뜨리는지 이해하고도 남는다. 발표에 따르면 국민 한 사람의 지난해 쌀 소비량은 62.9㎏으로, 30년 전(128.1㎏)에 비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밥을 먹으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다는 잘못된 상식이 정설처럼 굳어지면서 쌀 소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며 “외려 밥에 들어 있는 ‘좋은 탄수화물’을 적당히 먹어줘야 건강과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모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청매실 유해성’도 마찬가지다. 그는 “익지 않은 청매실에는 독성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물질이 있기에 매실청을 담그는 건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지의 인터뷰를 했다.

그의 말을 둘러싼 논란이 인터넷을 달구면서 수확이 한창인 매실 농가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1주일새 가격(10㎏ 기준)이5000원 이상 폭락했기 때문이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그 방송은 1주일 후 한 식품학자를 통해 해명성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는 “청매실 씨앗에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씨앗을 빼면 모든 문제가 사라지고, 부득이 씨앗을 넣어서 매실청을 담가야 할 경우 1년 이상 발효해 먹으면 문제가 없다. 물론 익은 황매실은 문제 될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방송이 나간 후에도 성난 농심은 여전하다.

시도 때도 없이 몰아닥치는 개방 쓰나미로 농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농가 소득이 5배 늘어난 반면 부채는 12배나 급증했다. 이런 마당에 사회적 책무가 큰 유명인이 농가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유명인의 ‘신언(愼言)’과 함께 ‘애농심(愛農心)’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