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김연아 기자 yuna@

- (上) 급팽창하는 ‘모바일 뱅킹’

올 1분기 하루 5098만건 이용
전체 인터넷뱅킹의 60% 차지
하루 이용금액 2조8948억 원

은행마다 전용 플랫폼 경쟁
우리 ‘위비뱅크’로 첫 포문
신한 ‘써니’해외시장도 겨냥
하나 ‘원큐’ 지문인증 시스템
국민 ‘스타’고객 1000만 돌파

‘위비뱅크’(우리은행), ‘써니뱅크’(신한은행), ‘원큐뱅크’(KEB하나은행), ‘아이원뱅크’(IBK기업은행), ‘스타뱅킹’(KB국민은행), ‘NH 올원뱅크’(농협은행)…. 바야흐로 모바일뱅킹 시대다.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으로 금융산업의 무대가 오프라인 은행 점포에서 PC 기반인 온라인으로, 또다시 스마트기기 애플리케이션으로 급속하게 옮겨가고 있다.

고객들은 더 이상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 통장으로 예금과 대출을 관리하고,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해외에 송금을 할 수 있게 됐다.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전용 플랫폼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이유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바일뱅킹 시장은 이미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6년 1분기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 1∼3월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모바일뱅킹 이용 건수는 하루 평균 5098만 건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12.4%(562만 건) 늘었다. 이는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 건수 8599만 건의 약 60%에 해당한다. PC나 스마트기기 등을 통해 이뤄지는 금융거래 10건 중 6건은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진다는 의미다. 또한 이들이 하루 평균 이용한 금액은 무려 2조8948억 원에 달한다.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도 크게 늘었다. 지난 1분기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은 지난해 4분기(6479만 명)보다 321만 명(5.0%) 늘어난 6800만 명을 기록했다. 반면 PC 기반 인터넷뱅킹 개인 가입자는 같은 기간 48만 명(4496만 명→4448만 명) 줄었다. PC 기반 인터넷뱅킹에 불편함을 느낀 이용자들이 스마트뱅킹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 속에 모바일뱅킹은 이제 은행들의 보조적인 영업 수단이 아니라 생사를 가르는 핵심 전략이 됐다. 올 연말 ICT 기업인 카카오와 KT가 각각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출범하고 핀테크(Fintech·기술금융) 시대를 맞아 진화된 모바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면 은행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5월 출시 1년을 맞은 우리은행 ‘위비뱅크’는 공인인증서 없이도 간편 송금이 가능한 ‘위비 모바일페이’, 자영업자나 직장인,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 상품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지난해 3월 1조1200억 원 규모였던 모바일뱅킹 대출은 지난달 약 70% 증가한 1조88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출시한 금융권 최초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을 내세워 차별화된 플랫폼 전략에 나서고 있다. 위비톡은 기존 SNS 기능에 각종 금융상품 서비스(톡톡 금융상품)와 해외송금 서비스(위비퀵글로벌송금), 오픈마켓(위비장터) 등을 접목한 형태다.

신한은행은 국내와 베트남에서 동시에 ‘써니뱅크’를 출격, 출발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를 결합해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최초로 비대면 실명 확인 프로세스를 도입한 써니뱅크는 신한은행 고객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으로 통장 개설이 가능하다. 써니뱅크를 포함한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킹 실적은 온라인뱅킹을 위협할 정도다. 특히 예·적금 상품 실적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5개월간 모바일뱅킹을 통한 예·적금 실적은 총 84만8000건(3조6574억 원)으로 같은 기간 인터넷뱅킹 실적 47만9000건(3조4446억 원)의 2배 가까이 된다.

‘원큐(1Q)뱅크’를 내세운 KEB하나은행은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뱅킹에서 공인인증서 없이 계좌이체까지 가능한 지문인증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공인인증서를 다운받거나 암호를 입력하던 복잡한 방식에서 벗어나 지문 인증만으로 로그인부터 계좌이체, 상품가입, 대출 신청까지 가능하게 한 것이다. 돈을 받는 사람의 은행이나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해외송금서비스인 ‘1Q 트랜스퍼’ 서비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와 연계돼 원큐뱅크 거래를 통해 쌓은 포인트를 OK캐시백, 신세계 ‘SSG 페이’, CJ ‘One 포인트’ 등 대형 멤버십 업체의 제휴처에서 사용할 수 있다.

기업은행은 연내 ‘아이원(i-ONE)뱅크’ 확대 개편에 나선다. 아이원뱅크에서 판매하는 상품 비중을 전체 판매 규모의 22%까지 높여갈 방침이다. 상품별로 앱을 따로 마련하는 대신 하나의 앱에서 모든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원뱅크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명함을 촬영해 영업점 방문이나 서류 제출 없이 대출이 가능한 ‘아이원 직장인명함대출’을 선보이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의 모바일뱅킹 브랜드 ‘스타뱅킹’은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고객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3000만 명의 고객을 둔 ‘리테일 강자’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가장 두꺼운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와 연계해 청첩장, 부고장, 초대장 등을 발송하고,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KB 경조사알림 서비스’, 통장이나 출금카드 없이도 1회용 인증번호를 통해 영업점 창구에서 출금을 할 수 있는 ‘KB 스마트출금 서비스’ 등이 스타뱅킹을 통해 제공된다.

농협은행은 오는 7월 ‘NH올원뱅크(가칭)’ 출시에 나선다. 농협은행은 범농협 계열사를 동원해 NH올원뱅크에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