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YNK코리아 빌딩에 마련된 스마트홈 전시실에서 삼성전자와 KT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전을 제어하는 시연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⑧ 스마트홈

침대 매트리스 밑 수면센서
심장박동 체크→기기에 명령
잠들자 각종 가전 전원 꺼져

삼성, 프로그램 명령어 개방
스마트홈 협업 제안 쏟아져
“중소업체에도 새 사업 기회”

#1.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글로벌 홍보관인 딜라이트에 마련된 스마트홈 전시실. 사용자 역할에 나선 강광석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수석이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하자 켜져 있던 TV와 에어컨이 스스로 꺼졌다. TV와 에어컨은 어떻게 강 수석이 잠든 걸 알았을까.

그 비밀은 침대 매트리스 밑에 놓아둔 수면분석 및 관리 센서인 ‘슬립센스’ 때문이었다. 1㎝ 두께의 이 작은 센서는 강 수석의 맥박과 심장박동 상태를 체크해 강 수석이 잠든 것으로 판단하고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 싱스’에 전달해 전원을 끄게 한 것이다.

김경주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 과장이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에는 강 수석의 심장박동수가 수치로 나타났다. 슬립센스라는 작은 센서가 수면 건강 상태 체크는 물론 스마트 허브인 스마트 싱스를 통해 TV·냉장고 등 집안의 가전기기와도 연결돼 있었다. 지난해 9월 독일 가전박람회(IFA)에서 첫선을 보인 슬립센스는 시제품이 만들어져 조만간 일반에 출시될 예정이다.

#2.같은 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YNK코리아 빌딩. 삼성전자와 KT가 협업해 마련한 스마트홈 전시실에서 송지완 KT 융합기술원 홈서비스 태스크포스(TF) 책임연구원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터치하자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시작했다. 전시해 놓은 패밀리 허브 냉장고와 세탁기, 오븐 등도 마찬가지로 간단한 앱 터치 한 번으로 제어가 가능했다.

임상욱 삼성전자 스마트가전 TF 차장은 “오는 2020년이면 삼성전자가 내놓는 모든 제품이 이처럼 다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가전 기능을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프로그램 명령어 덩어리) 형태로 외부에 개방하고 있다. 어떤 스마트홈 서비스를 이용하든지 삼성전자의 스마트가전 기능을 쓸 수 있다. 이른바 ‘오픈 플랫폼’이다. 스마트가전 TF팀 정유성 과장은 “이미 국내 유명 보일러업체와 실내 공기측정업체가 삼성과 오픈 API를 통한 협업을 제안해 왔다”면서 “중소업체들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으로는 사람 없이 스스로 알아서 가전들이 작동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했다. 임 차장은 “현재 스마트홈은 실내 습도가 높으면 에어컨을 재생한다는 식으로 ‘∼하면 ∼한다’ 형태의 ‘룰(rule)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사용자의 데이터가 쌓이면 행동 패턴을 분석해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기기가 자동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가전회사인 삼성전자는 이런 데이터를 모아 빅데이터를 만드는 데 강점이 있다고도 했다.

인터넷으로 모든 사물을 제어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성큼 다가온 가운데 스마트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전회사인 만큼 모든 가전을 연결해 제어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전 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계속 만들어 나가겠다는 목표도 있다.

삼성전자는 본격 IoT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서비스’와 ‘디바이스’ 양쪽에서 모두 개방성을 추구한다. 집에서 사용하는 스마트가전 외에도 사무실, 자동차 등과 B2B(기업 간 거래) 영역까지 서비스를 확장해 어디에서나 IoT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모듈(스마트 싱스)에서부터 클라우드, 솔루션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아틱(Artik)’이라는 이름의 IoT 전략이 대표적이다. 모듈, 클라우드 E2E(End to End) 솔루션으로 구성된 아틱은 스마트폰을 켜는 행위만으로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또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정보 교환도 가능하다. 삼성은 각각의 기기들을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삼성의 운영체제인 타이젠과의 연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텔 등 글로벌 기업 80여 개가 채택하고 있는 오픈인터커넥트컨소시엄(Open Interconnect Consortium)의 ‘아이오티비티(IoTvity)’가 표준 플랫폼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기기와의 복합적인 연동 및 독자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IoT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포럼을 열고 전략협의체를 설립하는 등 리더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워싱턴포스트 본사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IoT 정책포럼’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으로 4년간 미국에서 IoT를 위해 약 12억 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