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민변 규탄” ‘대한민국 구국채널’ 회원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탈북자 인신보호 구제 심사를 청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 ‘탈북 재판’ 계기 정체성 논란

“천안함 정부발표 확신못해
통진당 해산, 민주주의 해산”
민감한 현안 터질때마다
판결·정부발표 등과 대립각

“정치적 이용” 비판에 대해
민변 “탈북자 인권보호 차원”

1980∼1990년대 인권보호에 앞장섰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에 나서더니, 2010년대에 와서는 천안함 폭침, 통합진보당 해산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특히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강조하던 민변이 주요 현안마다 사법부의 판결이나 정부의 발표를 불신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북한 인권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정체성’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2011년 당시 민변 출신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질문에 “북한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면서도 “정부 발표를 받아들이지만, 직접 보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다”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돼 결국 낙마했다. 민변은 2014년에는 “통진당 해산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해산”이라며 “국격을 추락시킨 최악의 걸림돌 판결”이라고 규정하며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비판했다.

반면 한때 ‘인권지킴이’ 역할을 자처하며 소외층을 대변하던 민변은 정작 북한 내 인권문제와 핵실험 등에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실제 올해 초 북한 미사일 발사 당시 민변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비판적 언급은 하지 않고 오히려 “실효성 없는 대북제재인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폐쇄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한, 2005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 때는 “사실확인작업과정의 주체에 따라 인권 침해 실상과 정도에 차이가 있다”며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인권결의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성명을 냈다.

21일에는 지난 4월 한국으로 들어온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12명의 자진입국 여부를 가리자며 인신보호 구제 심사를 청구하고, 탈북자들의 법정 출석을 요구하다가 보수단체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다.

과거 민변은 인권운동에 뿌리를 두고 1988년 출범 이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권인숙 성고문 사건 등 시국사건의 변론을 맡아 군사독재 치하에서 약자를 지키고 소외층을 대변하는 데 앞장섰다. 1990년대 말에는 ‘공익소송위원회’를 설치해 흡연·수해 피해자단체 소송 등 공익소송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후 한·미 FTA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 무효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민변의 개입 영역이 지나치게 넓어지면서 가치가 퇴색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이번에 탈북자 인신보호 구제 신청을 한 민변 통일위원회는 국가기관을 불신하고 북한 정권과 일맥상통하는 주장을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악용해 북한 이슈에는 항상 이념적 편향을 바탕으로 정부에 비판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민변 관계자는 “민변이 정치적,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민변의 어떤 활동이 이념적이라는 건지 되묻고 싶다”며 “민변은 인권보호에 힘썼고, 인신보호 재판도 정치와 관련 없이 탈북자 인권보호를 위해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