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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이라는 다소 생경한 학술분야가 있다. 인간의 인지사고과정이 공간의 영향을 받는다는 가설과 그 인지적 영향이 측정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공간과 건축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건축공간을 탐색하는 학문이다. ‘신경망’의 범주가 단순히 인간의 해부생리학적 신체조건을 넘어 인간의 활동·행위반경 전체로까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평생 마주하는 인문지리적 공간범주는 크게 넷이다. 동의학에서는 이를 ‘인사유사(人事有四)’라 하여 지구가 주변 행성과 관계하며 영향을 주는 지자기(地磁氣) 조건에 따라 동서남북의 자연적 공간좌표를 형성하듯, 인간이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따라 네 분면의 인문적 공간좌표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중 첫째가 거처(居處)공간이다. 흔히 거처를 보금자리라고 표현하듯 거처공간이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인지사고과정은 낙성(樂性)과 희정(喜情)이다. 집이 주는 ‘물리적 환경(性)’은 안락(安樂)하다. 낙이란 내 몸처럼 익숙하다는 것이다. 내가 머무는 곳에서는 어디서 누워 자면 편한지, 화장실은 어딘지, 모든 주변 환경과 동선을 속속들이 파악·장악할 수 있다. 여기서 쉽게 싹트는 ‘심리적 환경(情)’이 바로 ‘희정’인데, 내 집이니까 내가 내키는 대로만 하고 싶다는 고집이다. 바깥에서 점잖은 척, 깨끗한 척, 부지런한 척 하느라 힘들었으니 집에서라도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고 싶다는 심리다. 이를 단중(端重)하지 못하다고 하는데, 거처공간에서도 늘 단정(端整)하게 자중(自重)하지 못하는 습관이 들면 신체좌표 중 흉금(胸襟)의 포세(包勢)가 고약(孤弱)해진다. 집 밖에 나가면 마음이 불안정해 가슴부터 답답해지고 이내 소화가 잘 안 된다. 신경성 소화불량에 자주 시달리는 사람은 평소 자신의 거처가 얼마나 청결하고 단정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둘째가 당여(黨與)공간이다. 당여공간이란 가족·친지와 함께하는 곳이다. 혼자서는 깔끔하게 잘사는 반면 유독 사생활을 공유하지 못해 가족과 어울리지 못하고 급기야 크고 작은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적지 않다. 이렇게 항상 겁심(怯心)으로 살아가면 그 안에서는 자꾸 물욕(物慾)이 싹트게 된다. 당여공간은 함께 도우며 사는 것을 기뻐할 줄 아는 희성(喜性)을 학습하는 곳인데, 가족은 가까운 사람들이니 나를 더 잘 이해해 주겠거니 넘겨짚고 일방적인 자기만족(樂情)만을 추구하면 신체적으로 뇌추(腦椎)의 기세(起勢)가 고약해진다. 자꾸 혼자 뭔가를 성취(成就)하려고만 애쓰는데 욕심만큼 잘 채워지지 않으니 뒷목이 자주 뻐근하거나 뻣뻣해지는 것이다.

셋째로 사회적 대인관계를 맺는 교우(交遇)공간에서는 ‘원칙과 소신이 분명(剛武)’하지 못하면 주변 상황 변화에 항상 전전긍긍(懼心)하거나 자가당착(偏私之心)에 빠지기 쉽다. 마지막으로 사무(事務)공간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늘 응급한 압박(急迫之心)으로 다가와 신체 외적으로는 허리(腰圍)의 바른 자세(立勢)를 흐트러뜨리고 신체 내적으로는 소변기능을 불안하게 한다.

요컨대 관계의 체험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그 체험공간 안에서 인간의 신경망들은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