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침해 임단협 조항들
사장 임기보장 대가로 합의

서울메트로의 방만 경영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강성 노조와 낙하산 사장의 결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노조가 임단협 협상에서 기득권 유지와 경영권 침해 조항을 다수 삽입하는데도 낙하산으로 임명된 사장은 임기를 보장받는 대가로 못 이기는 척 합의하는 장면이 되풀이됐다는 것이다. 시민을 위한 안전한 운송공기업이란 조직의 존재목적과 무관하게 서로의 이해관계만 일치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담합으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여왔다는 비판이다.

21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지난 2014년 12월 10일 체결된 서울메트로의 임단협 내용을 분석한 결과, 사측의 정당한 경영권 행사를 막고 방만 경영을 조장하는 독소조항들이 다수 발견됐다. 제8조는 ‘자회사 설립시 노조와 합의한다’, 제19조엔 ‘조직개폐와 그에 따른 조합원의 감원 및 인사계획이 있을 때에는 사전에 노조와 협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제20조는 아예 ‘강제퇴출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다. 모두 사측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비상식적 단협 조항들이다.

심지어 행정자치부의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을 위반한 조항도 있다. 제62조는 근속연수 10년부터 19년까지의 직원에겐 10일, 20년 이상인 직원에겐 20일의 특별유급휴가를 부여하는 내용을 삽입했다. 하지만 행자부 기준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차 유급휴가 외 유사한 형태의 휴가는 운영하지 말도록 규정한다.

특히 제199조 ‘해외 선진 지하철의 운영 및 견문을 위한 해외연수(배낭여행)를 연 200명으로 확대 시행한다’는 조항은 ‘불필요한 국외여행을 최대한 자제하고 업무수행과 직접 관련 없는 해외출장 경비 편성 및 집행을 억제하라’는 행자부 기준을 정면 위반한 데 이어, 임단협을 통해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긴 대표적 집단 이기주의 사례라고 바른사회시민회의 측은 지적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