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립보다 융화로” 국가보훈처가 한국정치학회와 공동으로 지난 10일 개최한 ‘한국 사회 내 갈등과 대한민국 통합의 미래’ 특별토론회에 참석한 청중들이 연구자들의 발표와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 보훈처·정치학회 설문 분석

“南南갈등 심해졌다” 54%
“5년전보다 더 악화돼” 38%

학계와 ‘특별토론회’ 열어
“정당, 안보를 10대공약으로
국민에 이념적 위치 제시를”

계층갈등과 함께 이념갈등이 한국 사회를 분리 및 이질화시키는 양대갈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우리 사회 구성원 중에서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비율도 30%를 넘어 어린 시절부터 들어 왔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문구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13일 국가보훈처와 한국정치학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한국사회 내 갈등요인과 통일에 대한 유권자 인식조사 교차분석’에 따르면 흔히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크게 표현되는 이념갈등은 빈부와 사회적 지위의 격차 등으로 발생하는 계층갈등에 이어 주요 갈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지난 4월 20일부터 5월 12일까지 전국의 성인남녀 1600명을 상대로 실시한 면접설문조사의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분석결과 계층갈등과 이념갈등에 대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77.5%와 72.8%였다. 반면에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 비율은 각각 22.5%와 27.2%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인 다섯 가지 갈등 요인 중에서 세대갈등은 62.5%, 남남갈등(통일친화적 사람과 적대적 사람 간의 갈등)은 54.1%, 지역갈등은 51.1%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 이념갈등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대립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동의(36.6%)’ 비율이 ‘비동의(27.6%)’를 훨씬 앞섰다. 현재의 한국 사회 갈등 수준이 5년 전의 집단 간 갈등 수준과 비교해 ‘심해졌다’는 응답자는 38.8%로 ‘약해졌다(19.7%)’의 2배 정도에 이르렀다. 41.5%는 ‘큰 변화가 없다’고 대답했다.

분석을 진행한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집단 내에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사회의 역동성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사회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통일의 필요성 유무 조사에서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가 5.2%,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24.9%로 두 항목을 합하면 30.1%의 응답자가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자의 43.8%는 통일이 ‘약간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25.1%만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 열 명 중 세 명은 통일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열 명 중 일곱 명은 통일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는 셈이다.

국가보훈처와 한국정치학회는 지난 10일 오후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 사회 내 갈등과 대한민국 통합의 미래’ 특별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여야 정당들이 분명한 안보공약을 제시해 국민들에게 이념적 위치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들은 △안보공약을 10대 공약 중 하나로서 선정하고 △안보공약을 정당 간에 구분이 쉬운 방식으로 일정한 범주를 제공한 뒤 △해당 범주 내에서 상호 비교 가능한 형태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당들에 대해서 정책 토론 주제 중 하나로서 안보 분야를 선정할 것을 제안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