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대규모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한 31일 새벽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발사시험을 강행한 배경과 의도가 무엇인지 우리 외교·안보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일 청와대 관계자는 전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중국과 한국에 핵·경제 병진노선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위”라면서 “중국과 대화에 나서면서 무력을 과시하려는 전형적인 화전 양면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수용 부위원장과 중국 최고지도부의 대화에서 의제로 예상되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북한의 전술은 미사일 발사 실패로 일단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로 벌써 네 번째 발사한 무수단 추정 미사일은 이번에도 발사대가 폭발하면서 완전 실패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근에 있던 기술자들이 치명적인 독성이 있는 액체 연료인 비대칭 디메틸히드라진과 산화제인 적연질산에 노출되면서 중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5일부터 무려 4차례나 발사에 실패한 무수단 추정 미사일이 ‘깡통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김 위원장의 중거리미사일 위협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신뢰도와 정확도를 향상시킨 스커드·노동미사일이 대남 위협용이라면 사거리 3000∼3500㎞인 무수단미사일은 괌 미군기지 등을 겨냥한 대미 위협용이다. 한편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일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기 시작했거나 혹은 준비 중임을 시사하는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군사 전문가인 조지프 버뮤데스 연구원은 지난 5월 22일 촬영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하면서 “방사화학실험실 옆에 액체저장용 탱크나 그와 비슷한 형태의 물체를 적재한 두 대의 무개화차가 새로 나타났고, 방사화학실험실 부속 화력발전소에서 소량의 연기가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같은 달 11일 촬영된 위성사진 분석에서도 “화물이 실린 화차가 방사화학실험실 옆에 자리 잡은 일은 2000년대 초에만 있었던 드문 일로, 모두 재처리 활동과 연관돼 있었다”고 지적했었다. 이 같은 관측은 북한이 핵개발 의도를 포기하기는커녕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