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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도 못 버는 한계기업
충당금 비중 0.63% 불과

회사채 ‘투자부적격’인데
“경쟁력 있다” 지원확대도
작년 7454억원 손실처리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대비 1%도 채 안 되는 규모로 충당금을 쌓은 것을 두고, 부실을 가리기 위해 기업의 건전성을 자의적으로 ‘정상’으로 분류해 ‘폭탄 돌리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산은의 내부 문건을 보면 산은 주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위 5개 기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대한조선·동부제철·STX중공업)의 익스포저 총액은 2015년 말 기준 14조7612억 원에 이른다. 전년 말 11조103억 원보다 34.1%(3조7509억 원) 증가한 수치다.

산은이 이들 기업의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은 총 2조2747억 원으로 익스포저 대비 평균 15.4%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 비중은 0.63%(409억 원)로 1%가 채 안 되고, 5개 기업 중에서도 가장 낮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이자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여신에 대해 ‘정상’으로 분류했다. 시중은행들도 국민은행만 ‘요주의’로 분류했을 뿐 모두 정상으로 분류해놓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은행마다 어떤 목적을 갖고 평가하는지에 따라 분류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정상으로 분류한 것은 단순히 건전성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금융당국이 ‘살리기’로 결정한 이상 은행들이 이 같은 기조에 따를 수밖에 없고, 이는 정상 등급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산은 내부 문건에는 이 같은 ‘정상’ 분류를 정당화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 일색이다.

문건에는 “세계 LNG선 발주 물량의 37%인 51척을 대우조선해양이 맡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존속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더 높아 자구안과 추가적인 지원책을 채권단을 중심으로 이행 중”이라고 명시했다.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올해 들어 ‘수주 절벽’이 현실화하면서 대우조선해양 건전성에도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제대로 내지 못한 ‘한계기업’이다. 회사채 신용등급도 BB+로 ‘투자 부적격’이다. 산은 내부 문건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원가 인상을 이유로 7454억 원(별도 기준)을 회계상 손실 처리했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경고음’을 인지한 것이다.

오정근 숭실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오래전부터 조선업계 불황이 예고된 상황에서 낙관적인 전망만 보고 지원을 이어간 건 결국 ‘폭탄 돌리기’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충당금 규모만 봤을 때 손실을 가리기 위한 ‘산은의 꼼수’”라며 “충당금을 미리 쌓지 않으면 일순간에 ‘부실 절벽’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