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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들이 복잡다양한 이 시대를 반영해 개성, 창의력,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들이 수월치는 않으리라. 삼성미술관 리움이 신진 작가들을 발굴 지원하는 격년제 전시인 ‘아트스펙트럼’전(8월 7일까지)에서는 ‘난해한 현대미술’과의 편치 않은 만남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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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들은 주제, 소재, 기법은 물론 전시 형태부터 기발하고 낯설다. ‘가족계획’ ‘유령 같은 예술’을 비롯해 무중력 상태의 사군자, 소리의 시각화 등 주제, 제목부터 별나다. 전시장 바닥과 벽면에 숫자와 색색의 도표가 들어서고, 마루에 올라앉아 쉬라는 관람객 대상의 행동지침이 벽면에 적혀 있다. 전통적인 캔버스 풍경화와 한지 수묵화도 묘하게 불편하다.

미술관 측이 내외부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선정한 작가 10개 팀은 ‘아트스펙트럼 2016’ 전을 통해 결혼자금, 군대이야기부터 우주탐사, 제주 4·3사건까지 각기 개인적 서사와 사회적 관심사를 풀어낸다. 전시장 중앙의 ‘가족계획’(사진)은 그래픽 디자이너 김형재-정보 시각화 연구자 박재현의 2인 그룹 옵티컬레이스가 각종 통계자료, 정보와 지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인포그래픽이다.

이들은 지난해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의 ‘즐거운 나의 집’전에 이어 이번에도 인구, 주거 등 도시 인프라에 대한 통계 수치를 재료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전시 공간에 디자인한다. 미혼 남녀의 소득과 그들 부모의 소득을 분석 정리해 예비부부의 결혼자금과 결혼 후 경제 규모를 바닥과 벽면의 알록달록한 원과 천장에 매달린 피라미드형 구조물의 형태로 보여준다. 내 집 장만이 어려운 현실을 주목한 작품 속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인지’를 헤아려 보게 된다.

기획전 제목인 ‘아트스펙트럼’을 패러디한 옥인콜렉티브의 ‘아트스펙트랄’(유령 같은 예술)은 생활을 위해 틈틈이 별도의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작가들의 고민을 반영한 작품이다. 이정민 진시우 김화용의 3인 그룹이 관람객에게 제안하는 독서용 책 속에 유령처럼 사라지기도 하는 예술가의 현실이 담겨 있다. 또 김영은의 ‘1달러어치’는 눈으로 보거나 만질 수 없는 소리를 주목한 작품. 한 곡당 1.29달러인 미국 아이튠즈 스토어의 대중가요 음원 중 29센트 부족한 1달러어치의 소리를 시각적으로도 재생한다.

계절과 중력을 초월해 사군자 등 전통회화를 재구성한 최해리, 1960∼1970년대 한국을 당시 기념우표의 상징물로 조합한 안동일, 한강대교 같은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펼쳐낸 이호인의 회화도 젊은 작가의 도전과 실험이 돋보인다. 이 밖에 제주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된 제인 진 카이젠의 제주 4·3사건 사진 영상 외에 박경근의 ‘군대:60만의 초상’, 박민하의 우주탐사 영상 및 백정기의 기우제 프로젝트 ‘악해독단’도 선보인다.

미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