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914년 이후 4차례 브리티시 여자 아마추어를 제패한 세실 리치가 파워 넘치는 스윙을 하고 있다.

리치, 17세때 브리티시 아마추어대회 우승… 최강자로 우뚝
‘독주 체제’ 제동 건 웨더드, 짧은 스커트로 갤러리 경악시켜

1893년 최초의 여성 골프대회가 탄생했고, 20여 년 뒤 여자골프계에 최강자가 등장했다. 17세 신출내기 세실 리치가 1914년 브리티시 여자아마추어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여자골프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근육질의 체격으로 남자 같은 스윙을 하는 리치는 남자와의 대결에서도 이길 정도로 파워가 뛰어났다. 1차 세계대전 탓에 1914년부터 4년 동안 대회가 열리지 않았고, 리치는 전후 1920∼1921년 대회를 거푸 우승해 영국 여자골프의 최강자가 됐다. 리치 외에도 메이 해즐렛, 도로시 캠벨, 에니드 윌슨 등 전설적인 여자골퍼들이 영국 여자골프를 이끌어 나갔다. 그중 으뜸은 리치였다. 19세 신예 조이스 웨더드가 혜성처럼 나타나 리치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1922년 브리티시 여자아마추어에서 둘은 운명처럼 맞부딪쳤고, 웨더드가 리치를 물리치며 영국 여자골프의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영국 데일리 뉴스의 당시 기사는 “10년 전 리치가 그랬듯 웨더드도 바람처럼 등장한 타고난 승부사”라고 표현했다. 특히 웨더드는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종아리는 물론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필드에 나서 지켜보는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웨더드는 긴 드레스를 고집하는 경쟁자들을 “코르셋과 긴 치마 복장은 불편할 텐데, 짧은 치마가 더 낫지 않을까요”라며 비아냥거렸다. 리치와 웨더드는 브리티시 여자아마추어에서 나란히 4회 우승을 차지했다. 두 여걸의 명승부는 집에서 갇혀 지내던 영국 여성들을 골프장으로 불러내는 촉매제가 됐다. 영국 여성 골퍼들의 활약은 장차 미국에서 여성이 골프를 주도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1931년 10월 워플레스던 서레이 골프장에서 열린 믹스포섬 대회에서 조이스 웨더드가 티샷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