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4월 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서울모터사이클쇼 할리 데이비슨 전시 부스에서 여성 모델이 새로 출시된 레저용 오토바이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레저용 오토바이

‘폭주족’이라는 오명서 벗어나
아웃도어 레저 문화 자리매김

고가 오토바이의 대명사 ‘할리’
지난해 1962대 팔려 55.1%↑

불황속 배달 오토바이는 줄어

“마음에 드는 모델은 가격이 3000만 원을 넘어 아직 구매를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어릴 적 오토바이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데다 친구가 ‘바람을 가르다 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간다’며 권해 고심 중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거주하는 이모(52) 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서울모터사이클쇼’ 전시장을 찾았다. 이 씨는 고가의 레저용 오토바이(이륜차)가 주로 출품된 BMW와 혼다, 할리 데이비슨, 두카티, 스즈키, 인디언 모터사이클 등의 부스를 돌며 전시모델과 가격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전문직 종사자인 이 씨가 동호인들 사이에서 ‘바이크(bike)’라 불리는 레저용 오토바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취향이 비슷한 고교 동창으로부터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권유받았기 때문이다.

오랜 경기 불황으로 침체됐던 국내 오토바이 시장이 대형 레저용 오토바이를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7년 30만2000대의 연간 판매량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국내 오토바이 연간 판매량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인 이듬해 14만 대로 반 토막 났다. 이후 2000년대 후반까지 10만∼14만 대를 유지하던 판매량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8만7000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오토바이 판매가 급감한 것은 주를 이루던 배달용 및 통근용 저배기량 오토바이 판매가 불경기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배달 매출이 줄면서 관련 오토바이 수는 줄어든 반면, 재구매 기간은 기존 2∼3년에서 3∼4년으로 늘었다.

침체 일로를 걷던 오토바이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은 수입 브랜드를 중심으로 레저용 오토바이 수요가 늘어나면서부터다.

실제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행 중인 민간 오토바이는 지난해 말 현재 213만5555대에 이르는 가운데 고가 레저용 오토바이가 주를 이루고 있는 260㏄ 이상 대형 오토바이 판매는 2013년 5만4455대에서 지난해 6만5432대로 20.2% 증가했다. 레저용 오토바이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신규 등록된 오토바이 숫자 역시 9만9939대로 10만 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에 배달용 등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100㏄ 이하 오토바이는 같은 기간 107만9882대에서 104만5273대로 3.2% 감소했다.

고가 레저용 오토바이를 주력 판매하는 BMW모터라드의 국내 판매대수는 2011년 917대에서 지난해 2002대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BMW모터라드의 최대 인기모델로는 2590만 원짜리 ‘S 1000 RR’가 꼽혔고, 판매가 3390만 원인 ‘R 1200 GS 어드벤처’가 뒤를 이었다. 올해 모터사이클쇼에서는 최대출력 60마력의 배기량 647㏄ 대형 스쿠터인 ‘뉴 C650 스포트’와 ‘뉴 C650 GT’가 출시됐으며 판매가격은 각각 1590만 원과 1665만 원이다.

고가 오토바이의 대명사인 할리 데이비슨 역시 2013년 1265대였던 국내 판매대수가 지난해 1962대로 2년 새 55.1% 껑충 뛰었다. 현재 국내에서 30여 종이 출시되고 있는 할리 데이비슨의 판매가는 950만∼3000만 원대로 알려져 있으며, 올해 ‘팻보이 S’ 등을 새로 출시할 예정이다. 수입 브랜드로는 드물게 고가 레저용 오토바이와 소형 오토바이 시장을 동시에 공략 중인 혼다는 2011년 4788대였던 판매량이 지난해 1만4505대로 3배 이상으로 급증해 국내 업체인 대림과 KR모터스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 중이다.

저배기량 모델인 PCX가 전체 판매량의 57%를 차지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고가 레저용 오토바이가 더 가파르다. 3000만 원대 혼다 ‘골드윙’은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173대 판매됐다. 혼다는 오는 6월부터는 다카르 랠리를 수차례 석권한 오프로드의 전설 XRV 시리즈를 잇는 최대출력 94마력의 998㏄ 2기통 엔진을 탑재한 ‘CRF 1000L 아프리카 트윈’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두카티와 미국 인디언 모터사이클, 일본 가와사키, 스즈키 등도 레저용 오토바이 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고가 레저용 오토바이 시장이 커지는 주된 이유는 최근 몇 년 새 모터사이클 라이딩이 당당히 아웃도어 레저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각 브랜드나 오토바이 종류별로 각종 동호회가 활성화되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폭주족’으로 상징되던 잘못된 문화가 개선되고 있다. 관련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각 회사도 앞다퉈 라이딩 투어 등의 행사를 열고 있다.

할리 데이비슨은 지난 2월 수도권 일대와 대구 등 전국 매장에서 웨이크업 투어를 진행해 사상 최대인 1200여 명의 동호인들이 단체 라이딩에 참가했다. 2007년 30명으로 시작된 웨이크업 투어 참가자는 2012년 400여 명, 지난해 1000여 명 등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BMW모터라드 역시 지난 3월 경북 상주시 일대에서 2016년 시즌 오프닝 투어를 개최해 전국 각지에서 1000여 명이 모여 단체로 주행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행사는 무사고 안전 기원제와 단체 기념사진 촬영, 행운권 추첨 등으로 진행됐고 유명 레이싱 선수와 라이딩 스쿨 강사가 참여해 안전 운전을 위한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