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계정 SNS 적발 어려워
법정가도 절반이 벌금형

인터넷상에서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한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3건 중 1건은 피의자 검거에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고소·고발된 사건은 2014년(8880건) 대비 69.4% 급증한 1만5043건에 달한 반면, 실제 검거 건수는 1만202건(검거율 67.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이버음란물 범죄 검거율(93.5%)이나 온라인상 스토킹 범죄자 검거율(92.5%)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사이버 명예훼손범의 검거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해외에 계정을 둔 경우 처벌이 힘들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등 미국 SNS 사이트 계정을 사용한 사이버폭력 혐의가 입증됐더라도 미국에서는 이를 형사 사건이 아닌 민사 사건으로 처리, 수사 협조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2014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온라인 사업자들이 가입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못하는 것도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는 개선된 제도지만, 사이버범죄 수사 측면에서는 어려움을 가중시킨 요인이다. 한 사람당 3∼4개씩 복수의 아이디를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3개월 만에 기록이 삭제되는 IP의 불완전성도 문제다. PC방 등 사용자가 자주 바뀌는 장소의 유동 IP일 경우 피의자를 확인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어렵게 검거되더라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정보통신망법상 온라인에 유포된 내용이 거짓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유포내용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명예훼손이 인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그러나 실제 선고 형량은 벌금형이 거의 절반에 가깝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4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사법처리를 받은 1706명 중 852명(49.9%)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