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파괴력·파급력을 이용해 기업 및 기업인 관련 기사에 악의적 댓글을 달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온라인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들 때문에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악성 루머 등을 퍼뜨려 보상금 등을 뜯어내기도 하고, 경쟁사의 평판을 떨어뜨리기 위해 악성 댓글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처럼 나돌고 있다.

최근 A 온라인 쇼핑업체 관계자는 블랙컨슈머의 어이없는 요구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한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고 환불 기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환불 요청을 해왔다. 단순 변심은 환불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거절했더니, 이 고객은 A사 인터넷 홈페이지의 문의 게시판을 악성 댓글로 ‘도배’했다.

28일 주요 기업들에 따르면 최근 블랙컨슈머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찾아 제품 기능이나 품질을 문제 삼기보다는 SNS 등을 통해 순식간에 소문이 퍼져나가는 온라인 공간에 악성 댓글을 올려 기업들로부터 돈이나 상품을 뜯어내는 추세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페이스북, 블로그 등 온라인에 비방글이 게재되는 순간 진위와 관계없이 빠르게 퍼지고, 갈수록 부풀려지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블랙컨슈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실정이다.

특히 극소수 ‘상습범’들이 수만 건의 악성 댓글을 집중적으로 다는 경우가 많다. 모 대기업 회장의 개인사를 다룬 한 언론사 기사에 달린 댓글 1만9190건 중 60%에 달하는 1만1510건을 50여 명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이 경쟁 관계에 놓인 다른 기업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성 루머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27일 경쟁사 쿠팡에 대한 허위 사실이 담긴 정보지를 만들어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이베이코리아 직원 최모(28) 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최 씨 등은 지난해 9월 ‘쿠팡 여대리 사망, 야근 강요해 출근 중 길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짐’ 등의 내용을 지인들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냈고, 이 글은 순식간에 메신저를 통해 퍼져나갔다. 그러나 사망한 쿠팡 직원은 남성이었고, 야근 강요도 없었다.

중소기업도 온라인 블랙컨슈머 공격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블랙컨슈머들이 기업 경영활동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만큼 법적으로 엄하게 처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