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한국에만 있는 제도” 지적
신사업·사업재편 등 숨통 전망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톡, 셀트리온, 하림 등 성장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던 대기업집단지정제(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지정)를 기업 성격에 따라 세분화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정해 신사업 혹은 사업 재편을 시도하는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

27일 공정위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현행 대기업집단지정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어떻게 개정을 해야 할지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기업집단지정제가 국내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아 개정이 필요하다던 여론의 지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공정위가 26일 박 대통령의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발언 이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최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카카오를 사례로 들며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이는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고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라고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공정위는 올해 4월 1일 기준 자산총액 5조 원이 넘는 카카오·셀트리온·하림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에 새로 지정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상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 중소기업 단계에서의 각종 지원이 중단되고, 대신 기존에 없던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지난 2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카카오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새로 적용받게 된 규제만 76개”라며 “향후 유망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인수·합병(M&A)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우려했다.

공정위는 법 개정과 관련, 일반적 기준인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을 상향하는 방안과 함께, 해당 기업의 업종 및 신사업 성격에 따라 집단지정 기준을 다양화·세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사업 진출과 신기술 확보 등을 위해 추진하는 M&A는 대기업집단지정을 위한 자산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개정될 가능성도 높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지정제도가 연구용역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실제 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진행될 개정 논의 추이가 변수다. 이병기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자산총액 기준을 높이는 것이 기업들의 공통된 요구”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