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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영화인들은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말한다. ‘지원하되 간섭은 없다’는 원칙을 지키라고 한다. ‘영화제 보이콧’ 선언만 보면 부산시가 영화제에 개입해 좌지우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난 1996년 개막 때부터 20년간 현장에서 영화제를 지켜봐온 경험에 따르면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 논란 외에는 집행위(영화인)에 운영 전권을 주고 시가 단 한 번도 간섭한 적이 없다.

지금 사태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재연임이 지난 2월 무산되고, 그 전에 부산시가 집행위의 영화제 운영비 횡령의혹을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한 반발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의 고발은 6100만 원 횡령의혹이 감사원에서 적발돼 그 권고에 따른 것일 뿐이다. 감사원 감사 역시 전국 대형문화축제 46개에 대한 정기감사로 부산영화제를 겨냥한 표적감사도 아니다.

이 전 집행위원장은 위원장직을 9년이나 연임해왔다. 게다가 영화인 요구대로 횡령혐의로 고발당한 사람을 연임시키는 건 더 이상하다. 임기만료 직전 자문위원을 68명이나 늘린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법원도 부당성을 인정했다.

부산영화제는 지난해 122억 원을 썼다. 시예산 60억 원, 국비 8억 원, 부산기업 등 협찬금 및 후원액이 38억 원이다. 안전·교통·숙박 등도 시·경찰·시민이 적극 협조해왔고, 모두 혈세와 땀으로 성장시킨 산물이다. 문제는 영화인들이 주축이 된 총회에서 조직위원장 선임 등 모든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요구다. 독립성 침해를 내세우지만 부산영화제는 그동안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컸고, 지금까지도 시장이 당연직 조직위원장이었다. 돈만 받고 운영은 내 맘대로 하겠다는 건 예술의 자유가 아니다.

김기현 부산 = 전국부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