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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63빌딩은 매년 이맘때면 벚꽃, 진달래, 개나리, 조팝나무 등 봄꽃 구경의 명소다. 63빌딩의 60층 전망대에선 요즘 대형 통유리창 너머 활짝 핀 봄꽃, 싱그러운 신록과 더불어 서울 한강변을 조망할 수 있다. 초고층 빌딩에서 내려다보이는 강변, 아파트단지와 대형건물 사이로 새봄의 연둣빛이 한창이다.

게다가 60층 전망대는 전망 좋은 ‘초고층 미술관’을 겸하고 있는 문화공간, 외국인 대상의 투어코스로도 인기다. 일본 도쿄(東京) 롯폰기(六本木)힐스의 모리(森)타워 52, 53층에 모리미술관이 있다면, 서울 여의도 빌딩가에 63아트미술관(옛 63스카이아트미술관)이 있다. 이곳은 전시공간으로는 이례적으로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직장인도 퇴근길에 찾을 수 있도록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국내서 가장 높은 전시공간인 63아트미술관에선 요즘 젊은 작가전이 진행 중이다. 중앙 소전시실에선 시공간을 넘나들며 특유의 반투명한 이미지를 펼쳐온 김정선 개인전(5월 17일까지)이, 본 전시장에선 이 미술관이 지원하는 신진 작가 4인전(6월 19일까지)이 진행 중이다. 지난 2008년 7월 개관 후 미술애호가가 아니라도 부담 없이 다가설 수 있도록 종합적인 기획전을 펼쳐온 이 미술관은 이 봄 주목할만한 젊은 작가에게 작품 발표의 기회를 제공한다.

개인전을 여는 김정선(44) 씨는 ‘끝과 시작’이란 제목으로 화면 가득 배꽃, 민들레꽃(사진)을 묘사한 꽃 그림을 선보인다. 그는 2009, 2014년 개인전을 통해 이해인 수녀, 김주하 앵커와 영화 ‘소나기’ 속 소녀 등 특정인의 옛날 사진을 재구성한 화면에, 추억을 자아내는 이미지를 선보였다. 인물뿐 아니라 그때 그 시절까지 되살리듯, 윤곽이 흐릿하거나 인물과 배경이 겹쳐지는 이미지 속으로 아련하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뿌연 기억과 생생한 현실이 교차한 작품들이다.

인물, 공간, 장소에 비중을 두었던 작가는 이번엔 자신이 좋아하는 폴란드 시인 심보르스카의 시 ‘첫눈에 반한 사랑’을 닮은 꽃 그림 위주로 전시장 꾸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작가는 구슬, 모형 참외, 분꽃 씨 등 다소 일관성 없어 보이는 물건을 올려놓은 앤티크 선반 위로 그림을 걸었다. 단편적인 기억과 사소한 물건이 회상의 실마리를 제공하듯 서로 어울리지 않고 연관성 없어 보이는 소품과 그림을 통해 세월의 흔적, ‘기억과 순간’을 일깨운다.

한편 널찍한 주 전시장에는 이 미술관이 2014, 2015년 선정한 노상준, 이제, 김현정, 안경수 씨 등 4명이 출품한다. ‘공간 그리고 빛’을 주제로 작가들은 도시와 자연 풍경, 소소한 일상을 미묘한 빛의 변화와 더불어 화폭에 펼쳐낸다.

미술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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