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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당 대선주자 트럼프 대체설

“이게 다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때문이다.”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 주류의 불신으로 폴 라이언(46) 하원의장 ‘후보 추대설’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라이언 의장 측근이 허핑턴포스트에 전한 말이다. 이 측근은 현실은 드라마와 같지 않은데 사람들은 드라마와 같은 상상을 하고 있다며 라이언 의장의 출마설을 일축했다.

라이언 의장 측의 일축에도 지금 미국 공화당에서는 그를 대통령 후보로 추대해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이언 의장이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 위해서는 7월 ‘중재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에서 규칙 개정을 통해 후보에 올라야 하는데 이 경우 공화당에서는 1948년 이후 68년 만에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후보가 대선 본선으로 향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 같은 과정은 인기 미국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의 모습과 겹쳐지며 공화당원뿐만 아니라 미국민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2013년부터 유료 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로 언더우드가 하원의원과 부통령을 거쳐 대통령에 오르는 과정을 보여주며 워싱턴 정계의 권력 암투를 생생하게 그려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 속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언더우드는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게 된 현직 부통령의 공석을 채우기 위해 얼떨결에 부통령직에 임명된다. 물론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던 언더우드의 물밑 작업이 있었으나 국민들의 눈에는 놀라운 등장이었다.

라이언 당시 위스콘신주 연방하원의원이 하원의장에 오른 일도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지난해 9월 존 베이너 당시 하원의장은 이란 핵협상안의 미 의회 통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련 법안 처리 등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강경파의 반발에 부딪히며 중도 사퇴한다.

베이너 사퇴 후 차기 의장으로 유력했던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는 ‘벵가지 특위’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저격하기 위한 의도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하원의장 도전을 멈춘다.

이후 적임자를 찾던 공화당 주류는 라이언 의원에게 끈질긴 구애를 펼쳤고 결국 그는 “내가 추구했던, 원했던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당이 바뀌어야 하는 중대 시점이라는 생각에 결심하게 됐다”고 밝히며 의장직을 수락했다.

부통령에 오른 언더우드는 그의 야망을 숨기지 않고 대통령직에 도전한다. 차기 대선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언더우드는 해외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우며 대통령직 사퇴를 이끈다. 대통령 유고 시 권력서열 2위인 부통령이 승계하는 법에 따라 결국 언더우드는 백악관의 주인이 된다.

단 한 표의 득표도 없이 대통령직에 오르는 언더우드의 모습은 최근 공화당의 라이언 의장 후보 추대 움직임과 유사하다. 지금 공화당에서는 트럼프의 과반 대의원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지며 7월 중재전당대회 개최가 유력해졌다.

중재전당대회는 예비 경선에서 절반의 대의원을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치러지는데 당 지도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공화당 주류에서는 트럼프는 물론 강경 보수 ‘티파티’의 총아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역시 마뜩잖게 여기며 라이언 의장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이너 전 하원의장은 중재전당대회 규칙 개정을 전제로 “1차 투표에서 누구도 과반을 얻지 못한다면 나는 라이언 의장이 후보로 지명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억만장자 석유재벌이자 공화당의 ‘큰손’ 찰스 코크도 라이언 의장이 출마할 경우 선거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야심가 언더우드의 속내를 드라마 속 미국민들이 모르는 것처럼 라이언 의장의 진심을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그가 대통령(후보) 직을 한사코 거절하는 모습도 언더우드와 흡사하다. 언더우드는 대통령이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사퇴를 결심하자 그를 극구 말리며 재고를 권한다.

라이언 의장 역시 지난 3일 거듭되는 후보 추대설에 “사람들이 후보 명단에 내 이름을 올려놓겠지만 삭제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에도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분명하게 ‘(후보에 출마할 일이) 없다’는 것이 내 대답”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