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몸 아파도 꼭 투표 !” 7일 서울 강서구 화곡역 입구에서 출근길 인사에 나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환자복을 입은 한 시민이 뒷짐을 지고 지켜보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전문가들 부작용 비판

6일간 금지… ‘깜깜이’ 선거
SNS 타고 정보 퍼지는 시대
지난 대선땐 여론조작도 시도

공직선거법 조항 완화하고
검증된 정보 제공이 옳은 방향

선거일 6일 전부터 선거 종료 시까지 선거용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면서 정보 왜곡에 따른 흑색·혼탁 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를 이용해 일부 후보와 정당이 유리한 조사 내용만 선택해 유포하는 정보 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유권자에 잘못된 정보가 전달돼도 이를 바로잡을 정보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와 관련, “언론의 표현 자유와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미확인·미검증 여론조사를 더욱 조장하는 부작용이 날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론조사 공표 금지의 가장 큰 문제로는 우선 SNS 시대에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규제라는 점이 꼽힌다. SNS를 통한 정보 전달 확산 속도와 범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유권자의 궁금증을 원천 봉쇄하는 게 오히려 왜곡된 정보를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비판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SNS가 없었던 시절에는 이 같은 조항이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 수 있었다”며 “그러나 시대가 바뀐 지금은 유권자의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을 무작정 막다가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조항을 완화하는 대신 조사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분명히 함으로써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는 주장이다.

각 후보 진영이 선거 분위기를 ‘경마식’으로 이끌어 막바지 ‘밴드왜건’(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 쪽으로 지지가 쏠리는 현상) 또는 ‘언더독’(약세 후보에게 지지율이 쏠리는 현상) 효과를 부추긴다는 법 취지에 대해서도 유권자의 정치의식을 무시하는 옛날 사고방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 막판의 왜곡된 조사가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고방식과 여론조사 없는 깜깜이 선거가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주장 모두가 유권자를 종속적인 존재로 보는 시각”이라며 “유권자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될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큰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블랙아웃’ 기간에 여론조작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관계자가 선거일 5일 전 자신의 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나왔다며 허위 여론조사를 문자메시지로 마구 유포하다 검찰에 기소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