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동열 / 자유민주연구원장

해군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항) 공사를 방해한 강정마을 주민 등 120여 명과 5개 단체를 대상으로 34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해군에 의하면,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한 국책사업을 불법으로 방해해 공사가 14개월 지연되면서 추가비용 275억 원이 발생했는데 이 중 채증자료 등을 바탕으로 이들에게 34억 원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관련 단체와 대상자뿐만 아니라 총선정국에 편승해 지역 정치권까지 나서 이에 반발하며 소송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한 법조단체는 성직자와 평화활동가, 지역주민에게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국민에 대한 협박, 선전포고’라고 강변하며 이의 부당성을 선동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첫째,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은 타지에서 온 자칭 평화수호 활동가라는 전문 시위꾼들과 종북편향세력들이 지역주민들을 부추겨 주도한 불법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들이 성직자건 평화활동가건 법을 어겼다면 이에 상응한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특권도 예외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자유민주국가의 기본 법치원리다. 국가안보사업을 방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해 놓고 국민 협박 운운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자유시민이길 거부하는 또 다른 범죄행위다.

둘째, 공사지연으로 인한 추가비용 275억 원은 국민의 혈세로 충당됐다. 따라서 불법행위 세력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도 정당한 조치이다. 이것이 부당하다면 재판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면 된다. 경찰청은 2006년 11월 한·미 FTA 반대 집회 시 폭력시위자들에게 최초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후 지난 10년간 총 28건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21건은 승소했고 나머지 7건은 현재 소송 진행 중이다. 동 소송에 대해 법원은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들 일부가 불법행위를 해 경찰이 상해를 입고 손해를 봤다면 집회 주최자도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은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피해에 대해 당사자에게 책임을 엄정히 묻고 선량한 시민에게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선진적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불법폭력시위에 너무 관대했다. 작년 11월 민중총궐기 투쟁에서 보듯이 서울 한복판에서 불법폭력이 판치고 준법의식은 실종된 바 있다.

셋째, 국책사업 공사방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이외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엄청나다. 2015년 바른사회시민회의의 ‘불법폭력시위의 사회적 비용과 사후 책임에 대한 진단’ 보고서에 의하면,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막대해 경제발전에 저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 200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비’에 따르면, 불법 집회·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2조3190억 원으로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1.53%에 달한다.

끝으로, 불법폭력시위가 용인되지 않는 사회적 풍토를 확립시켜야 한다. 특히 국책사업 방해 등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국민의 기본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불법폭력시위=위법행위=사회악=경제·사회적 손실 누적=국력 손실’이라는 인식이 확고히 정립돼야 한다. 아무리 동기와 취지가 좋다고 해도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불법폭력시위는 용납할 수 없다. 정부는 앞으로도 유사한 불법 국책사업방해 등의 행위에 대해서 끝까지 손해배상을 추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