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랑 얘기야?”

특정 드라마를 비판할 때 많은 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입니다. 의학 드라마는 의사들이 병원에서 사랑을 하고, 법정 드라마는 변호사와 검사가 법정에서 알콩달콩 감정을 나누는 스토리라는 거죠. 부인할 수 없는 지적입니다.

‘별에서 온 그대’와 ‘상속자들’ 등 로맨틱코미디(로코) 드라마가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앞다투어 대동소이한 로코를 쏟아냈는데요.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들은 여지없이 외면했죠. 뻔한 사랑놀음에 더 이상 감흥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각광을 받는 KBS 2TV ‘태양의 후예’의 장르는 무엇인가요? ‘시크릿가든’과 ‘파리의 연인’ 등을 쓴 김은숙 작가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장르드라마라는 소개도 있었지만, 결국은 로코였습니다. 원안인 김원석 작가의 ‘국경 없는 의사회’를 바탕으로 한 ‘재난 드라마’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김은숙 작가뿐만 아니라 주연 배우들도 ‘로코’라고 분명히 정의했습니다.

실제로 이 드라마를 즐겨보는 많은 시청자는 ‘송송 커플’의 연애담에 열광합니다. 드라마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도 ‘구원(진구-김지원) 커플’이죠. 두 쌍의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가 ‘태양의 후예’의 큰 줄기입니다. 결국 재난 현장에 놓인 군인과 의사가 연애하는 이야기라는 거죠.

하지만 대중은 이를 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지지하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뻔하지 않은 사랑’이니까요.

따지고 보면 소위 대박 드라마는 죄다 사랑놀음이었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외계인과 연예인의 사랑, ‘상속자들’은 재벌과 사회배려자의 사랑, ‘겨울연가’는 재회한 연인의 사랑 이야기였죠. 국내 첩보 드라마 시장을 개척한 ‘아이리스’는 남녀 주인공의 ‘사탕키스’와 함께 폭발적 인기를 얻었고, 추억을 소환했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마지막 퍼즐은 주인공의 남편 찾기였죠.

더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고전이라 불리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로마의 휴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 ‘아바타’와 ‘타이타닉’의 근간도 사랑이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세상 누구나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으니까요. 공감도 하고 동경도 하는 거죠. 가족이, 친구가, 동료가 연애하고 결혼하고 출산한다는 것보다 솔깃한 이야기가 있었던가? 세상에 남녀상열지사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중은 남다른 러브스토리에 열광합니다. 세상에는 인구수만큼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있죠. 그중 ‘새 것’을 찾아내 담아야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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