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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14년만에 새 시즌
‘인디애나 존스’ 속편 제작
‘스타워즈’ 에피소드 이어져

최악 취업난 밀레니얼세대
‘좋았던 그 시절’향수에 빠져
WP “환상 깨고 어른 될 때”

미국 영화·방송에서 ‘레트로(복고)’ 현상이 강하게 불고 있다. 지난 1월 14년 만에 TV 드라마 ‘X파일’(사진)의 새로운 시즌이 방영되는가 하면, 미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Netflix)는 최근 1995년까지 방영됐던 ABC 방송의 ‘풀 하우스’의 속편 격인 ‘풀러 하우스(Fuller House)’를 제작했다. 1990년대 이른바 ‘미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프렌즈’ 출연진도 지난 2월 21일 TV 토크쇼에 총출동하면서 과거의 향수를 자극했다. 일부는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1982년 마지막 편이 나왔던 ‘인디애나 존스’가 2019년까지 5편을 제작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도 1977년과 1980년 ‘스타워즈’ 시리즈의 연장선이다.

문화계의 이런 복고 현상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꽤 많다. 미국식 ‘정치적 올바름’의 관점에서 보면 1980~1990년대 TV 드라마에는 2010년대 사고로는 수용하기 힘든 편견이 적지 않게 담겨 있다는 것. 일례로 ‘프렌즈’의 경우 주인공 6명에 흑인 등 유색 인종은 포함되지 않은 데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동성애 혐오증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도 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상황에서 20~30여 년 전 드라마에 대한 인기와 향수는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만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는 한국에서 올해 초 인기리에 종영됐던 ‘응답하라 1988’ 열풍을 놓고 일었던 논쟁과도 닮은꼴이다. 가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문화에 대한 향수가 지금과 마찬가지로 완벽하지 않았던 과거를 미화한다는 것이 논쟁의 핵심 지점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런 복고 현상을 “과거 향수를 넘어 시체 애호증(necrophilia) 수준까지 갔다”면서 “대중문화가 끝나지 않는 고리에 갇혀 있는 모양새로, 시청자들도 이제는 어린 시절 환상을 깨부수고 어른이 될 때가 됐다”고 평했다.

하지만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불어닥친 복고 현상에는 꼼꼼히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대개 ‘좋았던 시절(Best Days)’에 대한 향수는 현재에 대한 불만과 결핍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이런 현상에 열광적인 층은 1980~1990년대 로널드 레이건·빌 클린턴 행정부로 이어지는 경제 호황기에 청소년 시절을 보낸 밀레니얼 세대다. 지금 대중문화의 핵심 수요층이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취업난으로 가장 좌절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 홀로’ 경기 호황이라는 미국에서도 지난 2월 청년 실업률은 10.8%에 달했다. 이는 전체 실업률 5.2%의 배를 넘는다. 그 좌절이 2016년 미국 대선의 해와 맞아떨어지면서 분노로 바뀌는 모양새다. 공화·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돌풍은 어쩌면 과거로라도 도망치고 싶은 밀레니얼 세대의 좌절이 동인이 아닐까.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의 영화포스터. J J 에이브럼스가 감독과 공동 각본·제작을 맡았고 데이지 이들리(왼쪽), 해리슨 포드(가운데), 존 보예가(오른쪽) 등이 출연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