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신사업 20일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기차 글로벌협의회’에서 11개국 전기차 관련 단체와 기업 대표들이 해당 산업 발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상의, 300개기업 설문

65.9% “검토·구상 단계”
태반이 첫 단추도 못끼워
최대 애로는 수익 불투명
기술 부족 · 전략 부재 順

기존산업 성장세 둔화 공감
78.5% “성숙·쇠퇴기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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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수출 제조기업들이 경쟁력 약화를 극복하기 위해 신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대부분 어떤 사업을 시작해야 할지 방향도 못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3개 수출주력 부문의 제조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우리 기업의 신사업 추진실태와 시사점’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6.6%가 ‘신사업 추진에 나서겠다’고 답했다고 21일 밝혔다. 나머지 13.4%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기업의 신사업 추진 배경은 성장세 둔화에 있다. 응답기업의 66.3%는 매출 확대가 더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답했다.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하는 ‘쇠퇴기’에 들어섰다고 답한 기업도 12.2%를 차지했다. 10곳 중 8곳이 현 상황을 ‘성숙·쇠퇴기’라고 진단한 것이다. 반면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는 ‘성장기’라고 답한 기업은 21.5%에 그쳤다. 새로운 시장이 태동하는 ‘도입기’라고 답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기업 대다수가 신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진행 상황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신사업 진행 상황을 묻는 물음에 기업 65.9%는 ‘가능성 검토단계’(56.6%), ‘구상단계’(9.3%) 등이라고 답했다. 첫 단추조차 끼우지도 못했다는 얘기다. ‘기술력 확보 등 착수단계’(23.2%), ‘제품출시 단계’(10.5%), ‘마무리 단계’(0.4%)라고 답한 기업은 전체 3분의 1에 불과했다.

신사업 추진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으로 기업 절반 가까이 ‘불투명한 수익성’(49.5%)을 꼽았다. 이어 ‘관련 기술과 노하우 부족’(21.8%), ‘장기전략 부재’(15.8%), ‘미래정보 부족’(11.9%) 순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기업들은 ‘시장 트렌드의 급속한 변화’(40.6%)와 ‘불확실한 대외여건’(39.6%)을 신사업 추진의 불안요인이라고 지목했다. ‘해외 선도기업의 기회 선점’(8.9%)과 ‘금융시장의 혼란’(7.9%)을 불안요인으로 꼽은 기업도 있었다. 신사업 추진을 앞당길 방안으로는 ‘안정적 자금공급’(26.1%)과 ‘규제개혁’(20.5%)을 주문한 기업이 많았다. 이 밖에도 기업들은 ‘시장형성 및 선점을 위한 테스트베드 활성화’(17.8%)와 ‘사업재편과 인수·합병(M&A) 등 자발적 구조개선 지원’(17.2%)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신기술 개발과 사업화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32.5개월이다. 이 때문에 실제 기업이 신사업을 추진하더라도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기까지 2~3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원가절감 등 가격 경쟁에서 첨단 기술 경쟁으로 산업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며 “산업 간 경계를 뛰어넘어 고부가가치 융합분야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이고 속도감 있는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