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품 등 이용하거나 아예 性생활 포기하기도

“노인이라고 해도 자기 관리를 잘해서 몸이 건강하면 성적 욕구와 능력이 충분히 있어. 그래도 주책이라는 말은 듣기 싫어서 대놓고 할머니를 만나는 것은 부담스럽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70대 A 씨는 “3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외로움을 느껴 콜라텍 등에서 여자친구를 만나 잠자리도 가져본 경험이 있는데, 부정적인 외부 시선이 의식돼 말벗 정도의 관계로 비치길 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홀로 된 중노년층의 성적 욕구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노년층 역시 젊은 층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성생활을 즐길 권리가 있지만, 성적 욕구를 드러내는 일이 사회적으로 민망한 행동으로 간주되면서 일부 음지로 숨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보건복지부와 서울어르신상담센터 등에 따르면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배우자 없이 지내는 중노년층이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유형으로는 이성 교제나 성인용품 등을 활용하는 경우, 성매매업소를 찾는 경우, 성생활을 포기하는 경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노인들은 복지관에서의 교류나 단체미팅을 통해 이성을 만나기도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만남의 장’으로 떠오른 콜라텍도 적지 않게 이용하고 있다. 각각 1만 원 정도인 입장료와 음료값을 지불하면 비교적 쉽게 이성을 만나 연인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과 원활한 성생활을 유도하거나 스스로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성인용품점을 찾는 중노년층도 늘고 있다.

성인용품점을 운영하는 진모(47) 씨는 “30대 이하 젊은 층이 주로 콘돔이나 젤을 사가는 반면에 중노년층은 자위기구나 발기부전 약, 사정지연제 등을 주로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가게 매출 중 70% 이상이 중노년층에 집중돼 있다고 진 씨는 설명했다.

여성 노인들은 사회적 편견을 의식해 아예 성생활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주임 서울어르신상담센터 실장은 “중노년층도 청년층과 마찬가지로 성적 욕구가 있고 이를 해소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지나친 편견을 갖고 쉬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선 안 된다”며 “중노년층이 이성 간에 건강한 관계를 맺고 음지에서 성적 욕구를 풀지 않도록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