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구글, 오라클, 인텔, 야후, 트위터, 우버 본사(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 IT업계 ‘美경제 영향력’ 논란

“IT 혜택은 숫자로 안드러나”
업계관계자· 美정부 등 주장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적고
인터넷가치 GDP 비중 낮아”
美교수 연구 논문으로 반박

“정보기술(IT) 분야의 파급력이 통계 수치에 반영되지 않아 미국의 생산성이 둔화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정부와 IT 업계의 주장을 뒤집는 연구 논문이 발표되며, 미국 IT 산업의 중심 실리콘밸리가 경제를 구원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의 채드 시벌슨 교수가 ‘미국 생산성 저하가 측정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Challenges to Measurement Explanations for the U.S. Productivity Slowdown)’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IT 업계가 전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며 생산성 저하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와 IT 업계 관계자들은 구글, 페이스북, 위키피디아 등 IT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를 공짜로 이용하며 얻는 혜택이 정부가 작성하는 통계치에 반영되지 않아 생산성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창업자 마크 안드레센은 NYT에 “정보 기술이 임금이나 생산성을 측정하는 기본적인 숫자에는 드러나지 않는 중요한 혜택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벌슨 교수는 다양한 논거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우선 그는 “생산성 저하가 IT 산업의 비중이 높지 않은 나라를 포함한 여러 선진국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IT 산업 비중이 높은 미국 등 국가와 비중이 낮은 국가에서 똑같이 생산성 저하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IT 산업이 실제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시벌슨 교수는 또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구글 등을 공짜로 이용하고 있지만 IT 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많은 부분이 이미 측정할 수 있고 또 부분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을 계산할 때 고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고 인터넷 이용요금을 내는데 이런 구매는 모두 GDP에 기록되고, 무료로 다운로드받아 설치할 수 있는 우버 앱 등은 온·오프라인 유료 결제와 연결돼 실제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광고 수익도 실제 사람들이 광고를 게재한 페이지로 이동해 물건을 구입하는 규모와 연결되는데 이 역시 생산성 통계에 잡힌다.

IT 산업이 생산성 격차에 영향을 줄 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시벌슨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는 “IT 분야는 2004년 기준 GDP의 7.7%에 불과했는데 이후 IT 분야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을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IT 산업은 전체 생산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도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대 에릭 브리뇰프셴 교수와 에라스무스 경영대 오주희 교수는 사람들이 공짜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의 가치가 연간 1060억 달러(약 127조8996억 원)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미국 GDP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시벌슨 교수는 논문에서 인터넷의 가치를 측정하는 다른 방법론을 통해 수차례 입증했지만 결론은 앞선 연구와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NYT는 “미국의 생산성 위기는 실재하며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실리콘밸리는 아직 우리를 구원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한편 “이런 결론이 IT 분야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방향으로 흘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인터넷이 생산성 향상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시기는 1990년대 중·후반이며 실제로 그 시기에 생산성은 빠르게 높아졌다”며 “정보 기술 분야는 미국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산업 분야 중 하나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