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부족으로 구조조정까지 나서
주식 낮은가격에 팔고 채권발행도

천문학적 투자금이 몰리며 승승장구하던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가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최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가 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투자금을 모으던 유망 신생 업체들은 ‘큰손’들이 투자를 철회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신규 투자금을 확보한 미국 스타트업 숫자는 최근 4년래 가장 적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벤처기업이 유치한 투자액도 전 분기 대비 6.6% 감소한 171억3000만 달러(약 21조1000억 원)로 최근 5분기 중 가장 적었고 같은 기간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 중간값은 2750만 달러(약 331억 원)로 전 분기 대비 60%나 급락했다. 또한 2014년 이후 주식을 공개한 미국 벤처 기업 48개 중 35개는 공개 당시보다 현재 가치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치공유 앱 업체 포스퀘어, 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 웹사이트 로그인 간소화 서비스 업체 잰레인 등은 예전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WSJ는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이 주로 스톡옵션으로 임금을 지급 받는 직원들의 사기를 낮추고 고급 인력의 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일부 기업은 자산 가치를 낮추는 대신 부채에 의존하거나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온라인 가상 스포츠 운영업체 드래프트킹스는 지난해 12월 기존 주주를 상대로 이자율 5%로 채권을 발행해 약 1억(약 1200억 원) 달러를 조달했고, 메시지 앱을 만드는 탱고미는 지난달 인력 20% 축소 방안을 발표했다. 심지어 후식을 놓아두던 테이블을 없애 작은 비용까지 아끼는 업체도 있었다.

WSJ는 “‘열심히 일하고, 투자를 따내고, 부유해져라’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기가 왔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