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자금 거의 中금융기관 예치
사실상 中정부 겨냥한 조치

미국 상원이 10일 대북제재 강화 법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북한이 앞으로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금융기관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중국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의 강력한 대북제재 동참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법안의 2조 201항은 재무부가 법안 발효 이후 180일 이내에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할지를 결정한 뒤 의회에 통보하게 돼 있다. 북한을 ‘1차적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한 ‘프라이머리 보이콧’에 해당하지만, 북한의 상당 부분 자금이 중국 금융기관 등에 예치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항이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에도 자산 동결과 같은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2005년 9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를 애국법 311조에 의거,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북한 자금 2500만 달러를 동결한 사례를 원용한 것이다. 당시 북한의 김계관 6자회담 수석대표는 BDA 사태에 대해 “피가 마르는 것 같다”면서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재량권’에 해당하지만, 북한의 ‘1·6 4차 핵실험’과 지난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미국의 BDA식 대북 제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외교가의 관측이다.

법안에는 중국을 압박하는 또 다른 제재 내용도 있다. 법안이 의무적으로 제재를 가하도록 규정한 항목에 북한 정부 검열·인권 유린과 관련됐거나, 대량파괴무기(WMD) 확산에 관련된 석탄·귀금속·흑연 등을 거래하는 제3국의 기관·개인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사치품 거래 △자금세탁과 위조지폐 제작·유통, 마약 밀거래 등 불법행위 차단 △사이버 공격에 대한 응징 등도 포함돼 있다. 모두 북한이 중국을 통해 거래하거나 유통하는 품목들이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