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자회담, 핵고도화 시간만 벌어줬다” 성명
유엔 안보리, 8일 오전1시 긴급 개최 제재 논의

북한이 7일 오전 9시30분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전격 강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용납할 수 없는 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강력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변화를 강제할 압박을 취하겠다는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추가 제재 방안 논의를 위한 회의 소집에 들어갔다. 북한 당국은 발사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한반도 정세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격랑 속에서 요동치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발사됐다. 1단 추진체는 발사 2분만인 9시32분 전북 군산 서쪽 147㎞ 해상 상공에서 분리됐다. 추진체는 270여개로 폭발돼 분산 낙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공군의 조기경보통제기인 피스아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9시31분2초에 최초 탐지했다. 9시36분에는 페어링(위성보호덮개)이 제주 서쪽 94㎞ 지점 해상에서 분리됐다. 2단 추진체는 필리핀 마닐라 동쪽 해역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12시30분 조선중앙TV는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발사 9분46초만인 9시09분46초에 ‘광명성-4호’를 자기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며 “97.4 궤도경사각으로 근지점고도 494.6㎞,원지점고도 500㎞인 극궤도를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 17분쯤 청와대 국가위기관리 상황실(지하벙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4차 핵실험을 한데 이어 또 다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용납할 수 없는 도발행위를 감행했다”며 “국제사회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자 세계평화에 전면적인 재앙이라는 인식 아래 안보리에서 하루 속히 강력한 제재조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 대통령은 “북한이 언제 어떻게 도발을 감행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한·미 동맹 차원에서 대응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조태용 NSC 사무처장은 회의 직후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 성명’이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조 처장은 성명을 통해 “정부와 국제사회는 6자회담 등 여러 제안을 했으나 북한은 전혀 응하지 않았다”며 “북한에게 핵 고도화를 위한 시간을 벌어준 결과가 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북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저지른 극단적 도발행위”라면서 “북한이 변화할 수 밖에 없도록 모든 필요한 압박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엔 한국대표부는 안보리 의장국인 베네수엘라의 라파엘 다리오 라미레스 카레로 대사에게 긴급회의 개최를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안보리 회의는 7일 오전 11시(한국시간 8일 오전1시) 개최될 예정이다. 미국 백악관도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은 역내의 안정을 해치는 도발 행위이자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백악관은 “우리는 자신과 동맹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취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이 무모한 행동이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제교·정충신 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