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K7, 애호가에 유명 ‘크렐’ 채택
EQ900·롤스로이스는 ‘렉시콘’
SM7·임팔라,인지도 높은‘보스’

성능에 희소성까지 고려해 선정
감성 품질 추구… 마니아도 만족

기아자동차가 2세대 신형 K7을 출시하면서 크렐(KRELL)이라는 미국 오디오 브랜드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1980년 버클리대 출신 엔지니어 댄 다고스티노가 설립해 기술적인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온 크렐은 성능, 대출력 앰프로 깨끗하고 역동적인 사운드가 특징이지만 인지도 면에선 생경하기 이를 데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크렐은 2009년 투자전문회사에 인수되기까지 순수 가족경영회사로 운영, 마니아들 사이에 통하는 오디오였다.

이미지 크게보기 포르쉐와 벤츠 S클래스에 적용한 ‘부메스터’.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소수 음악 애호가 사이에서 통하는 크렐의 생소함이 오히려 프리미엄 마케팅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4년형 혼다 프리미엄 브랜드 아큐라를 통해 카오디오 시장에 뛰어들 만큼 이 분야에서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게 차별화 전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기아차는 신형 K7에 크렐과 더불어 총 12개의 스피커와 외장 앰프로 차량을 둘러 최상의 사운드를 갖췄다고 자평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처럼 성능뿐 아니라 희소성까지 고려할 정도로 오디오 협업 브랜드를 선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감성 품질을 강조하면서 협업 브랜드의 평판이 자동차 가치를 좌우하는 중요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최고급 마케팅을 표방하며 내놓은 제네시스 EQ900의 경우 하이엔드 오디오 ‘렉시콘’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했다. 렉시콘은 롤스로이스 팬텀이 채택한 대표적인 하이엔드급 오디오 브랜드다. 이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로 오르겠다는 의도를 보인 셈이다. 동시에 MP3처럼 압축된 음원 파일의 손실된 부분을 실시간으로 복구해 최상의 음질로 향상시키는 ‘클래리 파이’ 기술도 국산차 최초로 적용해 다시 한 번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다. 렉시콘은 현대차 아슬란, 기아차 최고급 세단 K9에도 적용되는 등 국산차 상위 라인업 차량의 오디오 협업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쏘나타, K5 등 현대·기아차의 준중형급 차종엔 JBL이, 르노삼성자동차의 SM7와 한국GM의 임팔라에는 보스가 적용됐다. SM7은 특히 2000년대 중반 국산차 최초로 프리미엄 오디오 전문 브랜드인 보스와 손잡아 해당 라인업의 고급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재규어 랜드로버가 채택한‘메리디안’.

프리미엄 마케팅에 특화된 수입차 업계는 카오디오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지 오래다.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된 BMW의 6세대 7시리즈는 덴마크의 뱅앤올룹슨(B&O) 대신 영국산 명품 오디오 브랜드인 바우어스앤윌킨스(B&W)를 채택해 화제를 모았다. 전후좌우 풍성한 소리를 전달하는 서라운드 사운드와 함께 1400W 출력의 10채널 앰프와 부분조명이 탑재된 16개의 스피커가 실내 전체에 정확하고 풍부한 사운드를 전달한다. 콘서트, 시네마 등 다섯 가지로 음향 설정도 바꿀 수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2011년 레인지로버 이보크부터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메리디안의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메리디안만의 특허 기술인 트라이필드(Trifield) 3D 기술을 통해 전 좌석에 앉은 승객들에게 동일한 음질을 제공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재규어 랜드로버 측은 음악 감상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사람이 앉는 위치, 차내에 사용된 재료 및 스피커가 설치될 위치까지 파악했고 그 결과 운전석 지붕에까지 스피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포르쉐와 메르세데스-벤츠만을 위한 스피커를 개발하는 독일 오디오 브랜드 부메스터도 빼놓을 수 없다. 포르쉐는 마칸, 파라메라 등 자사 전 차종의 고객들이 고급형 오디오를 희망할 경우 선택 사양으로 이 회사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게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신형 S클래스에 최상급의 부메스터를 적용했다. 최고급 사운드 시스템인 부메스터 3D 사운드 시스템은 총 1540W의 출력, 24개의 스피커와 24채널 앰프 등을 통해 웅장한 소리를 낸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프리미엄 카오디오 시장의 성장으로 아예 관련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오디오 브랜드까지 등장했다. 1944년 설립돼 이미 하만카돈, JBL, 마크 레빈슨, 렉시콘 등을 거느린 하만인터내셔널은 B&W, B&O의 자동차 사업 부문을 인수해 세계 카오디오 시장의 35%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감성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져 그 중심에 위치한 오디오의 경우 전문 브랜드와 협업이 이제 대세가 됐다”며 “소형차, 경차로도 이 같은 추세가 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