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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동맹 지킬 모든 조치”
트럼프 “오바마 정책의 실패”
루비오·폴 “대북제재 강화를”

2016년 미국 대선 경선에 출마한 민주·공화당 후보들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도발 행위”로 규정하면서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공화당 후보 간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데다, 속내도 사뭇 다르다.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후보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 실패가 원인”이라면서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외교정책을 총괄한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고 있다.

반면 클린턴 전 장관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동맹을 지키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면서도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북 핵실험이 정치적 공격의 빌미가 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클린턴 전 장관은 “북 핵실험과 같은 행동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미국의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어떤 조치라도 취하겠다”면서 제재 등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이 제기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 실패론에 대해서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에 공화당 후보들은 북 핵실험을 계기로 클린턴 전 장관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클린턴 행정부가 대북제재를 완화했다”고 비난했다.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과 휴렛팩커드 CEO 출신의 칼리 피오리나는 “오바마·클린턴 대북정책의 실패”로 단언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오바마·클린턴 외교정책의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후보들이 내놓은 해법은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를 통한 ‘북한 옥죄기’다. 지난해 10월 상원에 대북제재 강화 법안을 공동 발의한 루비오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도 최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먼저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후보들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해서도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는 김 제1위원장을 “미치광이(madman)”라고 평가했고, 크루즈 상원의원은 “과대망상증 환자(megalomanic)”로 묘사했다.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도 “북한은 편집증적인 고립 국가”라고 밝혔지만, 표현의 수위는 공화당보다 훨씬 낮다.

민주·공화당 후보들은 아시아 정책의 핵심인 중국에 대해서도 다소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와 유사하게 중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에도 방점을 둔다면, 공화당 후보들은 ‘중국 때리기’에 좀 더 치중해 있다. 트럼프는 “중국은 북한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쥐고 있다”면서 “중국이 북한을 막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를 부양하는 미국이 무역 카드로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루즈·폴 의원 역시 “미국은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 및 미·일 동맹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후보들도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만이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리버티대 유세에서도 “우리가 미치광이(북한)와 한국 사이의 경계에 2만8000명의 미군을 두고 보호하고 있는데, 한국은 분담금을 쥐꼬리만큼 낸다”면서 “한국은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의 주한미군 분담금은 연간 9200억 원으로, 미국의 사실 검증 사이트인 ‘폴리티팩트’도 “트럼프의 한국 안보 무임승차론은 거짓”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