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월급날(25일)이 됐지만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파행 사태로 월급을 받지 못하는 교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처우가 불안한 교사들이 자녀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당분간 유치원을 보내지 않겠다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다.

25일 전국 시·도교육청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연합회)에 따르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한 푼도 없는 서울, 경기, 광주, 전남 등의 유치원 대부분은 월급날을 30일로 미뤘다. 원장들이 사정이 급한 보육교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날 월급 일부를 지급하고 차후에 남은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곳도 있다.

교사들이 생계유지를 위한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학부모들은 유치원 보육 환경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희 연합회 서울지회장은 “유치원을 다니고 있던 기존 원아들이 그만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교사 월급이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김모(34) 씨는 “평소에도 보육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처우까지 불안해지면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치원을 중심으로 보육대란이 현실화하자 서울시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지원이 끊긴 사립유치원에 교원 처우 개선비 두 달 치 등 62억5000만 원을 27일까지 조기 집행하기로 24일 결정했다. 오는 2월 17일, 3월 17일 지급할 1·2월 교원 처우 개선비를 앞당겨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청의 예산 집행으로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1인당 102만 원을 받는다. 그러나 교원 처우 개선비 두 달 치는 유치원 교사들 월급 200여만 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유치원에서 담임을 맡고 있지 않은 교사들은 받지 못한다. 경기도의회도 31개 시·군에 2개월 누리과정 지원금(910억 원)을 각각 3억∼80억6808만 원씩 경상보조금 형태로 내려보낸다고 이날 밝혔다. 땜질식 처방이 계속되자 연합회 서울지회는 26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
의정부=오명근·박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