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난민처럼… 폭설과 강풍으로 사상 초유의 제주공항 항공기 장기 결항 사태가 사흘째 이어진 25일 새벽 숙소를 잡지 못한 관광객들이 제주공항 여객 터미널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 연합뉴스

눈발 잦아들고 날씨 호전
제설장비 9대·145명 투입
오늘중 약4만명 탈출할듯

한파예보 승객분산 안해
외국인 이용객 안내 부족
허둥지둥 대응 등 문제점

폭설과 강풍으로 인해 사상 유례없는 ‘사흘간의 폐쇄’가 이뤄진 제주국제공항이 25일 오후부터 항공기 정상 운항을 실시함에 따라 그동안 발이 묶였던 8만9000여 명의 승객들도 제주를 떠날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제주 지역의 날씨가 호전됨에 따라 이날 정오부터 항공기 운항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당초 이날 오후 8시에 항공기 정상 운항을 예상했지만, 가장 문제가 됐던 강풍 경보가 해제되고 윈드시어(순간돌풍)와 눈발이 잦아들며 운항 재개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재개 시점을 정오로 앞당겼다.

공항공사는 이날 190편의 정기편 및 추가 임시편 항공기를 투입, 총 3만9000여 석의 객석을 확보하고 대기 중인 승객 수송에 나설 예정이다. 또 26일에도 215대(3만8700석)의 정기편 운항과 함께 임시편 항공기를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항공사들이 고객 편의를 위해 임시편 투입을 집중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26일에 체류객 해소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23일 오후 5시 50분부터 운항이 중단된 제주공항에는 약 8만9000여 명의 승객(25일 탑승객 2만9000명 포함)이 제주를 떠나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국토부와 공항공사는 체류객 수송을 최우선으로, 항공사들과 논의해 항공기 운항 계획을 탄력적으로 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제주공항은 운항 재개의 필수인 활주로 및 주요 유도로 노면의 제설도 양호해 항공기 이착륙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공항공사는 제설차 4대 등 제설장비 9대, 제설인력 145명을 투입해 활주로 및 주요 유도로의 눈을 치웠다. 국토부 관계자는 “24일까지도 폭설과 강풍 때문에 제설차를 운용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며 “현재는 바람이 잦아들고 강설도 줄어 제설작업이 정상화됐으며, 활주로 이용에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제주공항 체류 여객 비상대책본부에 “체류 여객의 불편 최소화와 상황 정상화 후 안전하고 신속한 체류객 수송에 철저를 기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제주공항 측이 일기예보 상황 등을 고려해 운항계획 등을 사전에 변경하고 승객을 분산시키는 등의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와 국민안전처 등에 따르면 제주공항에 발이 묶인 국내외 관광객들은 대규모 국내외 항공기 결항이 발생했음에도 24일 오전까지 중국어가 가능한 안내인을 전혀 배치하지 않은 점, 대한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도 답답해하는 관광객들에게 신속한 정보 제공과 전화 통화 연결이 미비했던 점, 결항에 따른 교통·숙박 알선 대책을 초기에 세우지 않은 점 등을 일제히 지적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또 공항 청사에 하루 이상 머무는 ‘폭설 난민’ 관광객들에 대한 초기 긴급구호 장비 지원도 미흡해 담요나 스티로폼 등 기본 물품도 23일 밤을 지새운 뒤 24일 저녁에야 부랴부랴 지급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제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