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동참 삼성그룹 사장단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옥 1층 로비에 마련된 ‘민생 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 서명운동’ 부스에서 서명을 하고 있다.

“기업도 국민경제 주체”
‘입법 촉구’ 급속 확산

경제단체가 주도하는 민생입법 촉구를 위한 1000만 서명운동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재계의 서명운동이 이처럼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이유는 경제활성화 관련 입법 요구 차원을 넘어 기업도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경제 주체로 재인식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경제활성화법 입법 촉구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이날 오전 9시 현재 온·오프 라인을 통틀어 6만 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전날 대한건설협회 등 17개 건설 관련 단체들이 참여한 데 이어, 이날에는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 여성벤처협회 등 6개 여성단체도 서명운동에 동참키로 했다. 38개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는 현재 전국 100여 곳에 부스를 설치해 서명을 받고 있다.

대구, 인천, 경기 수원·용인·성남 상공회의소 등이 건물 내에 서명 부스를 설치했고, 전국 71개 상의는 이번 주 중으로 부스를 모두 설치할 계획이다. 부산상의는 부산역 등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길거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고, 경주 상의도 서명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등 삼성 계열사 사장들도 서울 서초사옥에서 사장단 회의를 마친 후 서명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서명 후 “(경제활성화법) 입법이 되지 않으면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혼자 뒤떨어질 것 같다”며 “지금 전 세계 경제는 정책 변수로 움직이는 게 대부분이고 미국, 일본, 중국이 대표적 나라”라고 말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서명운동의 취지가) 옳은 방향이니까 동참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명 부스가 마련된 기업은 삼성그룹이 유일하지만, 다른 기업들도 부스를 마련하고 서명운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의 동참도 활발해지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와 한반도선진화재단 등 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생경제살리기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로터리에서 경제활성화 입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대국민 길거리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종교계도 동참하고 나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경제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 국회 통과 서명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오는 22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리는 제27회 정기총회에서 대의원들에게 서명운동에 동참하도록 독려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현재 어떤 경제 주체보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주체는 바로 기업”이라면서 “조선, 중공업 등 일부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을 이끄는 대표적 기업들이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데 정쟁만 하는 국회를 더 이상 바라만 볼 수 없는 절박한 심정에서 재계가 나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사진 = 방승배·임대환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