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해수 담수화 수돗물 공급을 반대하는 부산 기장군 주민들이 최근 부산시청을 항의 방문해 서병수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위). 기장군 어민·상인들로 구성된 찬성 주민들은 최근 부산시청에서 수돗물 취수 청정 해역에 대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연합뉴스 제공

일부주민 “원전근처 취수” 반대
지역상인·어민들은 “수질 깨끗”

“물 선택권 보장” 주민투표 청구
총선 앞둔 3월 10일 실시 예정

전공노 “병입 수돗물 공급 안돼”
市공무원노조 “안전성 홍보할 것”

전국 최대 해수 담수화 시설의 수돗물 공급을 두고 부산 지역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반대와 찬성으로 나뉘어 주민끼리, 다시 공무원끼리도 양분돼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까지 가세해 지역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특히 반대 주민들은 찬반을 가리는 주민투표까지 청구해 논란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완공된 지 1년이 넘도록 시설을 놀리고 있는 부산시는 주민 설득작업만 계속 중이다.

이 해수 담수화 시설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과 광주과학기술원, 부산시, 두산중공업 등이 1954억 원을 들여 5년간의 공사 끝에 지난 2014년 9월 부산 기장군 대변항 앞바다에 건립했다. 하루 최대 4만5000t 생산능력으로 기장군과 해운대구 일부 지역의 15만 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다. 최첨단 역삼투압 정수방식을 사용하는 이 시설은 낙동강 하류 원수를 사용하는 부산 상수원을 개선하고, 기술 수출까지 고려한 국책사업이었다.

그러나 반대 주민들은 대책위까지 결성하고 “고리원전에서 11.3㎞ 떨어진 곳에서 취수해 ‘삼중수소’ 등 방사능 오염 우려로 불안해서 먹을 수 없다”며 반대운동에 나섰다. 현재 기장군 지역에는 ‘수돗물 공급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부산시는 104차례에 걸친 국내외 공인 수질 검사기관의 정밀 검사에서 “미세 방사능 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일반 수질도 현재 수돗물보다 훨씬 양호하다”며 결과를 발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반대 때문에 공급을 못 하지만 시설유지를 위해서는 한 달에 2차례 시험가동이 필요해 연간 운영 경비만 65억 원을 날렸다.

‘기장 해수담수 반대 대책위’는 지난 13일 부산시에 기장 주민의 물 선택권 보장을 위한 주민투표까지 청구했다. 이들은 시가 주민투표를 거부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주민 6만여 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투표 추진위원회 및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선거인 명부 작성을 거쳐 오는 3월 10일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민간 주도의 주민투표는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있어 선거 이슈로 비화할 조짐이다. ‘해수담수화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더불어민주당은 “안전 검증이 어려운 식수공급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다른 용도로 전환하거나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상인·어민 등을 중심으로 ‘수질 검증위원회’를 구성한 찬성 주민들은 “지난해 8∼12월 5개 검사기관의 수질검사를 지켜본 결과 아주 깨끗한 수돗물로 확인됐는데도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며 홍보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논란 확산으로 기장 미역·다시마·멸치의 매출액이 30%나 줄어들었다”며 다른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의 의견도 양분됐다. 시가 시청에 이어 16개 구·군에도 이 시설에서 만든 ‘병입 수돗물’을 공급하기로 한 데 대해 구·군 공무원노조로 구성된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부산본부는 “해수 담수화 수돗물을 사전동의도 없이 공급하는 것은 공무원을 동원해 여론을 형성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이에 맞서 개별노조로 운영하는 부산시 공무원노조는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수돗물을 시 공무원이 솔선해서 먹고, 안전성을 적극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오는 22일까지 반대 대책위와 전문가들을 모두 포함하는 공개토론회를 제안하는 등 주민 설득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