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공공연금
제외해도 1000兆 육박
국민1인당 1891만원꼴

가계부채 1200兆에
기업부채도 2500兆원
모든 경제주체 빚더미

美금리 제로시대 끝
금융시스템 전반 부실
시스템리스크화 우려

최근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부채(D3)가 급증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정 투입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부채를 통계청 추계 인구(5061만7045명)로 나누면 1인당 1891만 원 정도 된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부채는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충당 부채’나, 민간부문에서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공부문 부채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보증 채무’ 등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금융 공기업 부채 등도 계산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부채에서 제외된 금융공기업 부채와 공무원·군인연금 등 정부가 미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 충당부채(643조6000억 원·2014년 기준)를 더한 광의의 공공부채는 16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비금융 공기업 부채가 공공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당히 큰 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부채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01년 재정통계편람’(GFSM 2001)을 적용해 산출하고 있다”며 “연금충당 부채 등이 제외된 것은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부채에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약 1200조 원)와 기업부채(약 2500조 원) 등을 모두 더해 정부와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가 떠안고 있는 부채 규모를 모두 파악할 경우 한국 경제의 전체적인 부채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정책 금리가 사상 최초로 제로 수준(0∼0.25%)에서 상승하는 상황에서 경제 주체들이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금융시스템 전체가 부실화할 위험)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명박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비금융 공기업 부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공공부문 부채 관리에 신경을 써왔다.

이에 따라 2013년 말과 지난해 말 사이 비금융 공기업 부채의 증가 규모는 2조 원에 불과했다. 지방정부 부채 증가 규모도 3조9000억 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중앙정부 부채의 증가 규모는 46조8000억 원에 달했다.

중앙정부 부채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세수 부족으로 정부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줄면서 적자 보전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채 발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수입 결손액은 10조9000억 원에 달했고, 부족액의 상당 부분은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메워졌다.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를 많이 발행한 만큼 나랏빚이 늘어나지 않으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강도 높은 공공기관 부채 감축 등에 힘입어 공공부문 부채와 일반정부(중앙정부+지방정부) 부채의 증가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공공부문 전반의 재정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D1(국가채무) = 중앙 + 지방정부
D2(일반정부 부채) = D1 + 비영리공공기관
D3(공공부문 부채) = D2 + 비금융공기업

국가 채무(D1)란 중앙 및 지방정부의 회계·기금을 대상으로 계산한 나라의 부채다. 일반정부 부채(D2)란 국가 채무(D1)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를 더해서 산출한 것이고, 공공부문 부채(D3)란 일반정부 부채(D2)에 비금융공기업 부채까지 합쳐서 계산한 정부가 발표하는 가장 포괄적인 형태의 부채 통계를 말한다. 회계 기법상 국가 채무(D1)에는 현금주의, 일반정부 부채(D2)와 공공부문 부채(D3)에는 발생주의 방식이 각각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