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진출처 = 팬톤

‘분홍’과 ‘파랑’.

전통적으로 여성과 남성을 상징하는 두 가지 색이 2016년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이끌 색으로 선정됐다. 패션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성 평등 흐름이 내년 색채 산업에서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분홍색은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정서를 안정시키며, 파란색은 차분하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갖고 있어 심신을 평화롭게 해주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세계적인 색채 전문기업 팬톤은 ‘2016년 색’으로 ‘로즈 쿼츠(Rose Quartz)’와 ‘세레니티(Serenity)’를 선정했다.

로즈 쿼츠는 엷은 분홍색의 일종이며, 세레니티는 밝은 하늘색 계열에 속한다. 팬톤이 다가올 해에 유행할 색을 선정하면서 두 가지 색을 함께 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팬톤은 현대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평온과 안정을 주는 색깔을 찾는데, 로즈 쿼츠와 세레니티의 합체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분홍과 안정된 분위기를 주는 파랑의 타고난 조화라고 설명했다. 팬톤은 또 로즈 쿼츠와 세레니티의 조화가 색채의 전통적인 인식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트리스 아이스만 팬톤 색채연구소장은 로즈 쿼츠와 세레니티 선정 이유 중 주요 요인으로 사회적인 성 평등 흐름을 꼽았다. 아이스만 소장은 “패션 등 세계의 여러 분야에서 성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있다”며 “이는 디자인의 모든 분야에 걸쳐 색채 트렌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처럼 색에 대한 보다 융합적인 접근은 성 평등과 유동성 등 사회적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다”면서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대한 걱정이 적고, 디지털 정보를 공개적으로 교환하는 세대가 색채 사용에 대한 또 다른 접근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가지 색 선정이 혁명적이지는 않지만, 모든 일은 상대적인 법”이라며 “사회적 진보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NYT는 “분홍과 파랑에 대해, 여성과 남성이라는 오래된 이분법적 고정관념을 끝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팬톤은 지난 2000년부터 매해 패션과 영화, 예술 등에 나타난 흐름과 라이프스타일 및 사회적·경제적 변화 등을 연구해 다음 해에 유행할 색을 선정해왔다. 팬톤은 ‘2015년의 색’으로 ‘마르살라(Marsala·포도주색)’를, ‘2014년의 색’으로는 ‘레디언트 오키드(Radiant Orchid·연보라색)’를 선정했으며, 이 색은 그 해 패션과 화장품 업계 등에서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