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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 한경연 초빙연구위원

3분기 말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이 1166조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사실상 가계인 개인사업자 대출 233조 원(9월 말 은행 대출)을 합한 전체 가계부채는 1399조 원, 국내총생산(GDP)의 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75%를 크게 웃돈다. 가계부채/가처분소득 비율도 174%로 소비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 100~110%를 크게 웃돌아 민간소비를 둔화시키고 있다.

3분기 중 가계대출 증가는 예금은행 대출은 주택담보대출,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은 무담보 기타 대출이 더 크게 늘어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처럼 제2금융권 대출이 무담보대출 중심으로 이뤄지고 기타 금융기관 대출과 판매신용이 증가하는 경우 경기가 부진해 가계소득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부실화할 우려가 크다. 2011년 이후 가계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에도 종전 60% 내외를 유지해 오던 주택 구입 목적 대출 비중이 40%까지 떨어졌다. 반면, 생계형 대출, 전월세 대출, 대출금 상환목적 대출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60%가 비주택구입 목적 대출이고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도 같은 비율을 적용하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합한 주택담보대출 480조 원의 60%, 254조 원이 비주택구입 목적 대출이다. 여기에 예금취급기관 무담보대출 301조 원과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 322조 원, 판매신용 63조 원, 개인사업자 대출 233조 원을 합하면 전체 가계부채의 93%가 주택 구입과 무관한 생계형 대출, 사업자금 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대출금 상환 목적 대출로 추정된다. 이처럼 가계부채 상당 부분이 경제가 어려워져서 초래된 것이다. 따라서 경기가 호전돼 일자리가 늘어나면 줄어들 수 있는 소지가 많다.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가계의 여력이 줄어들어 소비가 위축되고 성장률이 떨어진다. 가계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문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가 넘어 위험대출로 간주되는 대출 비중이 상호금융조합·상호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 들에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이들 제2금융권에서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비중과 55세 이상 차주 비중도 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가 오를 경우 부실화 위험이 커질 우려가 크다.

투자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와 소득을 증가시켜 생계형 대출과 영세자영업자 사업자금 대출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고 최선의 대책이다. LTV 70% 이하로 부실위험이 적은 담보대출의 경우에는 기존 대출을 상환할 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경기 정상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담보대출을 상환하게 돼 가계부채가 줄어들고 전월세자금 대출도 줄어들 것이다. 제2금융권 무담보 기타 대출과 LTV 70% 이상 고위험 담보 대출은 건전성 규제 등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서 부실위험 대출이 증가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금융회사도 고위험 대출에 대해선 사전 워크아웃이나 채무 재조정을 통해 금융 부실을 줄여야 한다.

국민연금제도 개선,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연장, 은퇴 노장년층의 임시 일용 취업 환경 개선 등으로 과도한 고령 영세 자영업 대출 수요도 줄여야 한다. 국민도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빚 쓰는 데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국 가계의 순저축률은 4%대로 OECD 평균(2011년 5.3%)보다 낮다. 범국민적인 금융교육과 금융의식 제고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