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정부 들어 3번째 접촉
8·25 합의사항 이행 의미
南北관계 국면 전환 주목

명확한 의제 확정 않은 채
현안 포괄적 논의 합의로
의제 조율 쉽지 않을 듯

남북이 27일 새벽 판문점 실무접촉 결과로 12월 11일 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장애물들을 해결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북당국회담은 ‘8·25 고위급 접촉’ 합의사항이다. 다만 12월 당국회담에서도 남측은 이산가족 전면 생사확인 등 인도적 차원에서의 근본적 해결방안 마련에,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우선적 의제로 정하려는 ‘의제 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남북 관계 새 국면 전환?=‘12·11 당국회담’은 박근혜 정부 들어 3번째 남북 공식 접촉이 된다. 지난 8월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이룬 ‘8·25 합의’의 핵심 사항인 당국회담을 개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시 채택된 ‘남북 고위당국자접촉 공동보도문’의 1번 항목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특히 ‘8·4 목함지뢰 도발’ 등 안보 위협에 대한 해결이 아닌 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 문제를 풀어가는 회담이기 때문에 남북 관계가 새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천안함 폭침과 이에 따른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악화한 남북 관계의 현안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첫발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 번에 풀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이번 당국회담에서 남북회담 정례화를 확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남북 대화 국면에서 ‘8·25 합의’의 또 다른 주요 사항 중 하나인 민간교류 활성화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남·북·러 3개국 물류협력 사업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고 민간단체에서 각종 체육·문화 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북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회담을 할 경우 이 같은 대화 국면이 더욱 가속화돼 더 많은 협의를 이뤄낼 수도 있다.

◇이산가족 vs 금강산 의제 주도권 싸움 = 남북은 26일 실무접촉에서 ‘격’을 놓고 첨예한 의견대립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외로 수월하게 합의를 이뤘다. 남측이 8·25 합의의 후속조치를 논의한다는 의미에서 차관급 회담을 제의했고, 북한도 이와 동격이라고 볼 수 있는 ‘부상급’을 제안해 이견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27일 “우리 측이 남북 간 현안을 협의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관급으로 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실무접촉에서도 남북은 의제를 놓고는 상당한 신경전을 벌였으며 앞으로도 의제 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근본적인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 북측은 금강산 관광 문제가 당면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실무접촉에서 남측은 당국회담에서 남북관계의 여러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자고 한 데 반해 북측은 구체적인 의제를 확정하자고 주장해 협의에 난항을 겪었다. 그만큼 북한이 내년 5월 36년 만에 개최되는 당대회에서 김정은 체제 이후 경제성과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금강산관광 재개를 시급히 타결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