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가 분석
“판 깨지 않겠다 의지 확인
실질적 성과 도출 미지수”

남북이 내달 11일 개성에서 차관급 당국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8·25 합의의 모멘텀을 이어가자는 데 양측이 합의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실제 회담에서의 성과 도출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27일 새벽 끝난 당국회담 실무접촉 결과와 관련, 남북 모두 ‘8·25 합의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를 확인했지만 실질적 성과도출을 위한 의지와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날 “장관급에서 타결할 수 있는 것과 차관급에서 타결할 수 있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는 남북 당국의 유연성과 강력한 대화 의지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에 앞서 “차관급 당국회담이라도 누가 수석대표로 나설 것인지 남북이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에 향후 북한이 차관급으로 내세울 인물을 우리가 ‘차관급’으로 간주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회담 장소를 개성으로 한 것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당국회담을 정례화하지 않겠다는 북한 측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서울·평양에서 하면 양측 대표단이 서로의 고위급을 만나 최고지도자 간의 간접적 의사소통을 매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8·25 합의를 좀 더 속도 있고 폭넓게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나 이번에 그게 안 돼 아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국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당장에 당장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우리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북한으로부터 얻어내려고 한다면 결국 금강산 관광 재개문제가 언급될 수밖에 없는데 현재로서는 남북이 이를 서로 주고받으려고 하지 않고 있다”며 “남북이 기본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당국회담 열리더라도 한두 차례로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차관급 대표·개성 개최라는 합의 결과를 놓고 보면 남북이 당국회담에서 주고받을 ‘선물 보따리’가 아직 준비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달 당국회담은 내년에 이루어질 추가 당국회담을 통해 더 큰 결정을 하기 위한 징검다리 형태의 회담”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3개월간의 고심 끝에 남측의 당국회담 실무접촉에 응한 것은 남북관계를 주도하고자 하는 데 따른 것이며,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양 교수는 “북한이 3개월 만에 남측의 실무접촉 요구에 호응한 것은 내년 5월 초 당 대회를 앞두고 한반도 상황을 자신들이 주도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내년 5월 당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경제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당국회담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내년 열릴 가능성이 있는 추가 당국회담 시기는 당 대회가 열리는 5월 전이 유력하며, 우리의 경우에도 내년 말쯤에는 현 정권이 레임덕에 접어들 수 있어 내년 상반기에 성과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인지현·유현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