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촉구 27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증유의 경제위기 적극 대처를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에 참가한 조동근(왼쪽 네 번째) 명지대 교수 등 참석자들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안 등의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주력산업 쇠락·노령화
구조개혁은 지지부진”

“해는 지고 갈길은 먼데
짐 무겁고 애 보채는 격”

“얼마나 위기인지 몰라”
경고의 목소리 잇따라

“한국 경제가 ‘백척간두’(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서 있다는 뜻)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골든타임’만 허비하고 있다.”

27일 각계 지식인 1000명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선언을 내놓는 등 ‘경제 시국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식인 1000명이 성명까지 내놓으며 현재의 한국 경제를 ‘미증유’, ‘백척간두’라는 강도 높은 수식어까지 동원한 데는 한국 경제를 그만큼 위중한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주도했던 조선·석유화학·중공업 등 기간산업의 수출이 급락하고 고령화와 청년실업 문제가 세대 간 갈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개혁과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들의 처리 지연으로 구조적 개혁 작업과 노동개혁 등도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기존의 ‘먹거리’는 모두 소진돼 가는데, 새로운 ‘먹거리’는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지식인 선언을 이끈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작금의 한국 경제를 “해는 지는데 갈 길은 멀고, 머리에는 무거운 보따리를 이고 있는데 애는 업어 달라고 보채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실제 한국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6.3%(전년 대비)에 달했던 국내 기업 매출액 증가율이 지난해에는 -1.2%로 추락했다. 매출 감소는 통계청 조사 이후 처음이다. 한때 10.6%(1990∼2000년)에 달했던 제조업 노동생산성(취업자당)도 올 상반기 -2.7%로 주저앉았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3%대 성장 시대’도 더는 기대하기 힘든 처지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경제 구조 개혁과 함께 각종 경제 활성화 법안들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시행돼야 하지만 교착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는 지난 25일 공동 성명서에서 “경제 영토의 확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하루속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 청년 일자리 창출의 물꼬를 트고 경제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노동 관계법을 시급히 정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통상임금 개념을 명확히 해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 현상의 충격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26일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중 FTA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큰 통상 이슈들이 많은데 이미 타결된 협상마저 비준되지 않으면 앞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조속한 한·중 FTA 비준 통과를 촉구했다.

조 교수는 “정치권과 국민들이 한국 경제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둔감한 것 같다”며 “여야 정쟁 대상이 된 ‘무역이득공유제’ 같은 경우도 무역에 대한 이득이나 손실의 대상이 누가 될지 특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공유하자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으로 정쟁의 희생물이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