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주지법 판결문에 나타난 논란이 된 현 공직선거법 조항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지방의원은 의원직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법원 판결 이후, 공직선거법 보완 입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유의 헌법재판소 해산결정 취지와 실정법이 상호 충돌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총 6명의 통진당 지방의원 중 법원선고를 기다리는 나머지 5명도 조만간 유사 판결로 승소 후 다시 의정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문화일보 11월 25일자 11면 참조)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통진당 해산에 따른 소속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의원직 상실 여부는 법률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법원과 헌법재판소, 법무부 등에서도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정치적 파장이 컸던 이번 헌재결정 이후 공직선거법 해당 조항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만큼 향후 법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들이 나오고 있다. 옛 통진당 비례대표 의원인 이현숙 전 전북도의원의 지위 인정 소송에서 논란이 된 조항은 선거법 192조 4항이다. 이 조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나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은 소속 정당의 해산 등 이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하는 경우 퇴직된다’라고 돼 있다. 퇴직 예외 사유로 정당 해산을 규정해 놓은 것이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통진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해산’의 의미를 자진 해산으로 한정했다. 헌재는 “정당이 자진 해산하는 경우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퇴직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통진당의 경우 자진 해산이 아니라 강제 해산이기 때문에 퇴직 예외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 판단을 근거로 통진당 도의원 등을 퇴직 처리했다.

하지만 전주지법은 이를 달리 해석했다. 전주지법 행정2부는 25일 옛 통합진보당 비례대표였던 이현숙 전 전북도의원이 낸 ‘지위 확인 소송’에서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 퇴직 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헌재가 지난해 12월 통진당 해산결정을 하면서 소속 국회의원 5명에 대한 의원직 상실을 선고했으나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아 법원이 이 전 의원 퇴직조치의 부당성 여부에 대해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선관위가 이 도의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유추해석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이 자의로 당적을 벗어나는 경우 당연 퇴직하도록 하는 한편, 타의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게 되면 그 직을 보장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법원도 이 조항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하면서 해석문제라고 규정했는데, 제대로 해석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통진당이 헌법의 가치를 위반했기 때문에 해산됐는데 비례 의원 역시 그 정당에 소속된 이상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보는 것이 법리에 맞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내 해석상 혼선의 원인은 법조항의 미비에서 찾을 수 있다. 강제 해산된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 의원직 상실에 대한 명확한 법률 규정이 현재로서는 없다. 독일의 경우 1952년 연방헌법재판소가 사회주의제국당(SRP)에 대해 정당 해산 결정을 한 뒤 연방선거법에 위헌 정당 해산 시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명문 규정을 만든 것과 대조된다.

한편 전주지법 담당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 전북도의 주장을 반박하는 논리를 전개하면서 “해산된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또는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의 퇴직 여부에 대한 판단은 법원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헌재가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하면서도 비례대표 지방의원들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것은 3권분립의 원칙을 존중한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도 했다. 헌재와의 충돌을 피하면서도 사법부의 ‘자존심’을 드러낸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결정이 있더라도 공직선거법 192조 4항에 따라 곧바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당연 퇴직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며, 그러한 해석은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삼권분립의 원칙상 헌법재판소가 구태여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퇴직 여부를 결정하여 위헌정당 해산 결정문의 주문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고, 그 퇴직 여부를 판단할 권한은 법원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 = 정우천, 김동하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