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60代 나눠 조사해 보니
‘연령’요인이 부른 왜곡 제거돼

통상적으로 진보성향을 보이는 게 마땅할 것 같은 서민층·소득 하위층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성향을 보이는 이른바 ‘계급배반 투표’ 가설이 실제로는 착시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 여론조사에서는 경제적 하위 계층의 보수성이 더 강하게 드러났지만 문화일보 창간 24주년 여론 조사에서는 ‘하위계층=진보’ ‘상위계층=보수’ 경향이 확인됐다.

문화일보 ‘40·50·60 세대별 정치의식’(지난 10월 29일 공표) 조사결과를 토대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대표 최인수)이 24일 심층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같은 연령대 안에서는 하위계층 중에 진보, 상위계층 중에 보수성향인 이들이 많았다. 김태영 엠브레인 정치사회조사부장은 “문화일보 조사는 기존의 여론조사와 달리 연령별로 나눠서 이를 통제하고 정치의식을 분석한 효과 때문”이라며 “각 연령대 안에서는 중산층은 보수적이고, 서민층은 진보적 성향을 보이는 현상이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에서는 연령이 높을수록 하위계층 비율이 높고, 저학력에 보수 성향이 강해 연령을 통제하지 않고 전체 응답자의 결과를 보면 경제적 하위 계층이 더 보수적인 것으로 보였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기존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경제적으로 하위계층이면서 복지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못해왔다. 김 부장은 “다시 말해 60대 이상 연령층의 경우 보수성향의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높기 때문에 이 같은 계급배반 투표 착시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일보가 시리즈를 통해 연재한 분석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나눠서 연령통제 효과를 반영할 경우 빈곤층이 진보적이고 상위층이 보수적인 성향이 나타난다. 즉 40대 빈곤층의 경우 진보성향인 이들이 45.4%로 보수성향(39.1%)보다 높았고, 50대 역시 진보가 54.4%로 보수(39.8%)보다 높았다. 전반적으로 보수성향이 많은 60대의 경우에만 빈곤층에서도 보수라고 응답(49.8%)한 사례가 진보(30.9%)보다 많았다. 경제적 상위층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60대 상위층은 보수성향(73.5%)이 진보성향(22.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고, 50대 상위층도 보수(73.4%)가 진보(21.2%)보다 많았다.

다만, 가구소득별로 보면 하위계층이 보수적이고 중산층 및 상위계층에서 진보적인 결과가 나타나거나 소득과 의식에 큰 연관이 없는 현상이 여전히 나타났다. 이는 가구소득(객관적 계층)과 경제계층 귀속감(주관적 계층) 사이의 괴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가구소득이 적은데도 상위계층으로 응답하거나 가구소득이 많은데 하위계층으로 응답하는 경우, 이 같은 괴리가 발생한다. 김 부장은 “실제 소득과 계층에 대한 인식이 연령대별 기준치, 거주지역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주관적 계층 귀속감이 가구소득보다 정치의식을 더 정합적으로 설명하는 기준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