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은 정치권 안팎에서 크게 두 갈래로 진행돼왔다. 포괄적 개헌론과 ‘원포인트’ 개헌론이다. 포괄적 개헌론은 말 그대로 정치와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고 변화한 시대 정신을 반영해 폭넓게 헌법을 고치자는 주장이다. 반면, 원포인트 개헌론은 포괄적으로 헌법을 고칠 경우 현안마다 각계각층의 충돌을 해결할 길이 없고, 국정이 개헌블랙홀에 빠져 마비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권력구조를 바꾸는 데만 초점을 맞추자는 현실론이다.

포괄적 개헌론이 등장하는 배경은 현행 헌법이 제정된 1987년과 현재 간 확연하게 달라진 사회·경제적·정치적 변화다. 기본권 조항 개정을 비롯해 영토와 통일 관련 조항, 경제 분야 조항 개정, 여권 신장 및 인권의식 제고, 양극화 문제, 지구온난화 이슈 등이 포괄적 개헌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사항들이다. 헌법 제117∼118조에서 규정한 지방자치도 자주 거론된다. 지방자치 ‘확대’ 흐름에 맞게 지방 분권을 선언적으로 명시하고 지방정부의 자주적 과세권·재정권 등을 보장하도록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 분야도 핵심이다. 국민의 재산권 행사와 기업의 경제활동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시대 변화에 뒤떨어진 헌법 조항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헌법 제9장 경제편(119∼127조) 규정과 관련, 한국 경제의 미래를 반영해 공공성과 자유시장경제 가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반영하느냐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지는데 방법론을 둘러싼 대립이 불가피하다. 한편에서는 양극화 해결,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등을 주장하는가 하면, 반대편에서는 대기업 규제 등 정부 간섭 배제 등을 주장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02년 경제 규제와 조정의 근거가 되고 있는 헌법 제19조 2항 등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현실적 공론화의 어려움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주로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87년 민주화의 산물인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바꾸자는 것이다. 4년 중임 대통령제·의원 내각제·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등이다. 분권형은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 총리는 내정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2014년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이끄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는 150명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