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를 계기로 국회에 계류 중인 테러방지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테러방지법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직후 처음 발의됐지만 논의도 되지 않고 폐기된 바 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14년 만에 처리될지 주목된다. 정부와 여당은 테러 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며 법안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야당은 국가정보원을 초법적 기구로 만들려고 한다며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분단국가의 특수성과 북한의 지속적 위협 등 한반도의 전반적 안보 상황을 고려한다면 테러방지법안은 국가와 국민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안전장치”라며 “야당은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테러방지법안 처리에 전향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을 초법적 감시 기구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국정원에 대테러 방지 기구 역할을 맡기는 건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기업에 미래 성장 사업을 맡기는 것”이라며 “인권을 침해하고 통신 등 개인 사생활을 들여다보겠다는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현재 국회엔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 대테러 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과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등을 비롯한 대테러 관련 법안 5건이 계류 중이다. 법안들은 국가정보원장 직속 ‘대테러센터’ 혹은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설치하고, 센터가 테러 위험인물의 통신·금융거래 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과 정부는 이르면 오는 18일 당정협의회를 갖고 테러방지법 추진을 비롯한 테러 방지 종합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회도 정보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를 열어 테러 대비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