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은 남유럽 정치制 시찰… 비정치권 식사·면담이 다수

11일간 필리핀 친선방문엔 ‘7일간 개별일정’이라고 써

해외 출장을 다녀온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출장 결과보고서를 부실하게 작성하거나 아예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 스스로가 외유성 출장이라는 의혹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현지 일정이 외유에 가깝게 짜인 것도 적지 않았다.

11일 국회사무처에 제출된 ‘19대 국회 방문외교 및 국제회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김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여야 간사인 안효대 새누리당·박민수 새정치연합 의원 등 세 사람은 지난 7월 12일부터 20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미국·멕시코·쿠바·캐나다를 방문했다. 이들 국가들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업의 이해를 돕는다는 게 출장의 명분이었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2박을 하는 동안 관련 일정은 현지 재래시장 방문,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쿠바에서도 3박을 했지만 보고서에 적힌 일정은 공공기관 방문, 유기농농장시찰, 시가산업 시찰 등 3건에 그쳤다. 1박을 한 캐나다 일정은 아예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 친선을 목적으로 1월 23일부터 2월 2일까지 9박 11일의 일정으로 필리핀을 방문했으나 공식 일정은 3박 4일에 그쳤다. 나머지 일정은 개인의 개별 일정이라고만 보고서에 적시했다.

조원진 새누리당·임내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6월 1일부터 3박 5일간 ‘한·방글라데시 의원친선협회 상대국 방문’을 목적으로 방글라데시를 방문했다. 이들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박물관 방문, 소나르가온 방문, 다카 시내 시찰(문화 프로그램) 등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일정이 포함됐다.

강은희·김진태·김태흠·이헌승 새누리당 의원은 1월 ‘남유럽 의회 및 정당제도 시찰’을 위해 터키와 그리스로 출장을 다녀왔다. 목적은 남유럽 정치제도 시찰이었지만 이스탄불 공기업대표 오찬, 총영사관 독려, 한국 참전용사 간담회 등 비정치권과의 식사 및 면담 등이 일정의 다수를 차지했다. 출장엔 6000만 원가량의 예산이 사용됐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