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의견 분분
“1인독재·인권유린 알려야”
“現교과서 北찬양한듯 매도”

국사편찬위원회가 북한의 주체사상과 자주노선을 비판적으로 기술하고 북한의 인권문제를 충분히 조명한다는 내용을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으로 내놓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학자들 사이에서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는 9일 “1인 독재와 인권유린 등 북한의 실상을 역사교과서에 명확히 서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역사교과서는 산업화 과정에서의 빈부격차나 전태일 사건 등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부각하면서도 북한과 관련해서는 주체사상이나 자주노선 등을 비판 없이 서술하는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청소년들은 사고가 완전히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에 교과서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건국 이후 지금까지 18대에 걸쳐 11명의 대통령이 있었지만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등 3명이 세습 지배해온 봉건왕조 독재 체제라는 점, 사상·표현·언론의 자유는 물론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가 박탈돼있다는 점 등이 명확히 서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 중 하나인 미래엔 교과서의 저자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지금 교과서도 북한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충분히 다루고 있는데 그런 집필 기준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국정 교과서를 위한 명분 쌓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래엔 교과서만 하더라도 북한의 주체사상은 전쟁 책임을 모면하고, 반대파를 숙청하는 도구였으며 김일성 독재체제를 강화하는 데 이용됐다고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 대한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현행 교과서 중 좌익 교과서는 하나도 없다”며 “북한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것을 집필 기준으로 삼아 현행 교과서가 북한을 찬양하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박성훈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