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이달 중순쯤 실사 결과
“독자생존 불가능” 견해 우세

“대형社에만 천문학적 자금
은행권 재정 악화 불 보듯”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해 4조 2000억원의 지원을 결정한 정부가 곧바로 중견·중소 조선사를 대상으로 한 2차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 이들 조선사에 대해 통폐합 또는 사업부문 매각 등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어서 당장 실사 완료를 앞둔 STX조선해양 등을 둘러싼 구조조정 논의가 수면 위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은행권은 조선업에 대한 ‘퍼붓기’식 자금지원이 채권단의 동반 부실로 전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 조선사 뿐만 아니라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치면서 이번 달 중순쯤 실사 결과가 나오는 STX조선해양의 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9월 말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STX조선에 대한 실사에 착수했다. 이번 실사는 지난 2013년 4월부터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2년에 한번씩 받아야 하는 경영정상화 가능성 평가의 하나로, 최종 보고서는 이달 중순 쯤 나올 예정이다.

실사 결과 청산보다 존속가치가 더 높다는 판단이 나오더라도 채권단 안팎에선 추가 지원이나 구조조정없는 독자 생존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STX조선 채권단(산은, 수은, 농협 등)은 자율협약에 들어간 지난 2013년 이후 애초 2017년까지 투입키로 한 신규지원자금 4조5000억 원을 이미 쏟아 부은 상태다.

그러나 2년 반이 지난 현재도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고 있는데 STX조선이라는 또 다른 산을 만난 기분”이라며 “조선업 수요 자체가 줄었는데 산업구조조정 없이 자금 지원 요청을 해온다면 은행권 동반 부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업황 자체가 어려운 조선사에 대한 자금지원으로 금융권의 동반 부실화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소 조선사 자금지원마저 외면할 경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것이란 점 역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 통폐합론이 거론되는 마당에 대형사에만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한다면 ‘대마불사’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시장논리에 따라 원칙대로 판단하는 게 맞다”면서 “형평성에 맞춰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으면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