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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 느는데 국내투자 감소세
2011년 1.8%였던 국외투자율
올 8.6%로 급등하며 사상최고

자발적인 구조조정 제도 없고
회사법·공정거래법 등 ‘발목’
“경제위기 닥치면 극복 힘들 것
사업재편 위한 법·제도 시급”

한국은행이 지난 9월 3일 발표한 ‘2015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통계가 눈에 띈다. 바로 우리나라의 총저축률과 국내총투자율, 국외투자율이다. 총저축률은 총저축을 국민총처분가능소득으로, 국내총투자율은 총자본형성을 국민총처분가능소득으로, 국외투자율은 경상계정잉여를 국민총처분가능소득으로 각각 나눠 구한 백분율이다.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2011년 1분기까지만 해도 31.8%에 불과했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해 올 1분기에는 36.5%, 2분기에는 35.3%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총투자율은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30.0%였지만, 올 2분기에는 28.0%로 하락했다. 가장 인상적인 수치는 국외투자율이다. 우리나라의 국외투자율은 2011년 1분기 1.8%에서 올 2분기에는 7.4%로 급등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상승하는 반면 국내총투자율은 하락하고 있다.

국내투자가 하락한 빈자리를 국외투자가 메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외투자율은 2011년 1분기 1.8%에서 올 1분기 8.6%로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분기에도 7.4%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기보다는 해외에서 투자처를 찾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이 국내에서 투자해야 내수 시장이 커지고,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다. 그런데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 대상을 해외에서 찾는 이유는 국내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이 국내에서 투자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예방 차원에서 사전적이고 자발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부실화한 기업에 대한 사후 구조조정을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실화한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서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 기업’이 즐비한 상태다.

기업 구조조정을 정부 주도의 사후적 구조조정에서 기업의 자율적인 사전예방적인 구조조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전적인 구조조정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회사법, 공정거래법, 조세법 등이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회사법으로는 기업들의 자율적인 사전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제력 집중 억제제도와 지주회사 규제제도 등을 포함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이나 대기업이 되면 세제상의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각종 조세 관련 법도 기업의 사전 구조조정을 막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의 선제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기활법 제정을 추진해 왔으며, 관련 법률이 의원 입법으로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6월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제도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국내 기업이 사전 예방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발생할 경우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기업이 창의적으로 사업을 재편할 수 있는 사전적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