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시위 등 잇따라
“정쟁의 대상 돼선 안돼
합리·객관적 작업 필요”

역사교과서 국정화 결정으로 정치권을 비롯, 한국 사회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까지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찬성과 반대 등 양쪽으로 나눠 진영 싸움을 하고 있다. 정치·사회학자들은 “학생들까지 ‘진영논리’에 빠져 찬반 시위를 보이는 등 세 대결을 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보수 성향 단체인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은 오는 2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고·대학생 패널들이 참석한 가운데 ‘어른들은 왜 교과서를 두고 싸우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연합 측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정치권, 언론, 시민사회 모든 분야에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정작 이번 논의에서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며 “현행 교과서로 직접 교육받은 대학생들과 중·고등학생이 참여해 교육현장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 앞으로 역사교육이 어떻게 개선돼야 할지 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학생 4명과 고교생·중학생 각 1명이 패널로 참여한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에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근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 행동’ 학생들 7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청소년들은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의 유인물을 나눠 주며 “교과서 국정화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우리 청소년인데 ‘공부하기 싫으니깐 반대한다’는 식으로 매도한다”며 “청소년들이 거리에 나선 이유를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이상신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이 여야 간 극명한 대립 구도를 보인 가운데 청소년들까지 가세하면서 이들의 부모세대인 유권자층에도 중요한 시그널이 돼서 향후 정국과 총선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역사교과서를 다시 쓰는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불가피한 논쟁인데 좌우 진영 간 대결 양상으로 치우치는 데다 학생들에게까지 확산되는 안타까운 모습”이라며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돼선 안 되고, 좌우 이념을 초월한 가운데 학문적으로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 원장은 “청소년층이 역사교과서 논쟁에 나서게 된 것은 교육 수요자로서 자신들이 가진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겠다는 의사의 표시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와 정치권은 반성해야 하며 학계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들어 좋은 교과서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선종·박성훈 기자 hanuli@munhwa.com